미국 국토안보부는 ‘2025 국토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공산주의 중국을 미국에 대한 ‘전방위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경제 스파이 활동 ▲지적 재산권 절도 ▲사이버 작전 ▲초국가적 탄압 ▲불법 이민 ▲합성 마약 밀매 ▲지정학적 영향력 캠페인 ▲국가 하위 단위 개입 등을 적시했다.
보고서는 공공 안전, 경제 안보, 지정학적 경쟁을 포함한 주요 우려 사항들을 검토한 후 중국이 미국의 국가 이익을 훼손하기 위해 사용하는 은밀하거나 공개적인 각종 전술을 명시했다. 특히 미국 내 중국공산당(CCP) 비판자들을 겨냥한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 캠페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감시, 괴롭힘, 사이버 작전 등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한다. 최근 중국공산당이 지원하는 해커들을 적발, 단속함에도 불구하고 반체제인사들을 위협하고, 지적 재산을 도용하며, 미국 기업들을 침해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부단히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경제 스파이 활동, 정보 도용, 지적 재산권 범죄로 인해 미국은 매년 2250억~6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민감한 기술, 연구, 지적 재산을 도용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으로 쉽게 넘어가고, 결국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2023년 이후 미국 정부는 중국뿐만 아니라 이란, 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조종한 지적 재산권 절도, 제재 위반, 불법 수출 통제에 연루된 인물을 20명 이상 기소했다.
중국은 주로 독점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불법적으로 입수하는 데 초점을 맞춰 미국의 제조업체들과 연구기관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완제품 구매를 위해 주로 제3자 중개인에 의존하는 이란·북한·러시아 같은 적대국과 달리, 중국은 민감한 데이터와 첨단 기술 절도, 스파이 활동에 직접 뛰어들 것을 강조한다. 최근 엄격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사 장비에서 미국산으로 표시된 반도체가 발견됐는데, 이는 적대국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점을 어떻게 악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의 경제 스파이 활동은 미국의 주정부, 지방정부, 민간 부문 등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이들과 교류하면서 합법적인 파트너십으로 가장해 주 혹은 카운티 등 지방정부의 정책을 중국공산당의 우선순위에 맞추도록 유도하고, 스파이 활동과 경제적 착취의 기회를 만든다. 이러한 위험은 국가 정보 활동에 대한 협력을 의무화하는 중국의 반(反)간첩법으로 인해 더욱 가중된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과 협력하거나 중국에서 운영되는 미국 기업의 독점 정보와 사적 정보가 도난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국의 전복 활동은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사회 결속력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미국 기관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비공개적, 강압적, 범죄적 전술을 혼합해 사용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작전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출처를 숨기면서 갈수록 진짜처럼 보이는 허위정보를 제작하고 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권은 또 비판적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소수 민족과 종교, 반체제 인사, 대만 지지자들, 언론인들을 표적으로 삼는 등 미국 내 초국가적 탄압의 가장 중요한 위협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사이버 작전과 전복 전술은 반체제운동을 억압하려는 그들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3월, 법무부는 약 14년 동안 미국 내 비판자들, 기업들, 정치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해킹 그룹에 연루된 중국인 7명을 기소했다. 이러한 사이버 작전의 목표는 반체제 인사들을 위협하고, 민감한 정보를 훔치며, 국내외의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약화하려는 전략에 맞춰 미국의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합법적, 불법적 채널을 두루 활용한다. 이러한 전략들은 장기적인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對)중국 종속성을 조장한다.
최근엔 불법 이민, 중국공산당 요원들의 침투와 관련한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중국인 단속 건수가 최근 몇 년간 극적으로 증가했다. 그간 중국인 단속 건수는 2007~2021년까지 연간 약 1000건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1970건(2022 회계연도)에서 1년 만에 2만4048건(2023 회계연도)으로 1100%나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돼 2024 회계연도 7개월만으로도 2만7496건의 단속 건수가 보고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국경순찰대의 심사는 교육, 출생지, 정치단체 가입 여부 등 기본적인 질문으로 제한돼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정보는 신뢰할 수 없고 통역 인력도 부족해 관세국경보호청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범죄 가능성이나 국가 안보 위협을 평가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사로는 이들이 중국군이나 중국공산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판단하기에 역부족이다.
또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은 화학적 전구체와 니타진과 같은 강력한 대체물질을 공급한다. 이는 미국의 합성 마약 위기를 조장하는 핵심 원인으로, 미국 지역사회를 황폐화하는 과다복용 사태를 촉발했다. 이러한 물질들은 흔히 펜타닐보다 더 치명적이며, 미국 내 마약 밀매업자들이 자일라진, 니타진과의 혼합물을 포함한 저가의 중독성 높은 마약 혼합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중국 공급업체들은 이러한 화학물질을 대부분 합법적으로 생산하지만, 불법적 용도로 바꿔서 멕시코로 배송한다. 이후 시날로아 카르텔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과 같은 다국적 범죄조직들이 펜타닐을 제조한다.
이들 카르텔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한 기계를 사용해 펜타닐이나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 위조 의약품을 생산하며, 이 중 일부는 미국 국경 지역과 관광지에서 판매된다. 여기에다 중국의 자금 세탁 조직들이 카르텔의 마약 수익금을 멕시코 은행 시스템으로 송금하는 것을 돕고 있으며, 이는 합성 아편류 공급망에서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 준다.
‘2025 국토 위협 평가’는 미국의 안보, 경제적 안정성,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지속적인 시도를 폭로하며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선 더 강력한 법 집행, 강화된 사이버 보안,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확산으로부터 미국의 이익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 협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