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 한 번 대규모 군 숙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에서 활동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 위안훙빙(袁紅氷·72) 전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2일 방송된 NTD 시사프로그램 ‘정영논단’에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먀오화의 불충성 사건은 시진핑에게 큰 타격이 됐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먀오화(苗華·69)는 중국인민해방군 상장(대장)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이다. 시진핑의 푸젠성 인맥인 푸젠방(福建幇)의 일원이자 군부 최고위 측근으로서 사실상 시진핑의 ‘군부 대리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의 직위 중 하나인 정치공작부 주임은 군 인사를 총괄하는 역할이며 군부 사상교육과 선전활동도 담당한다. 군대가 당의 정치적 도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책임지는 군의 최고 요직 중 하나다. 그만큼 시진핑의 신임이 두터웠음을 시사한다.
먀오화는 2017년 정치공작부 주임으로 승진, 발탁된 이후 7년 가까이 재직하며 수백 명 이상의 군 인사를 맡아왔는데, 지난해 11월 말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직무 정지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국방부에 의해 발표되며 중화권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사건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는데, 시진핑의 군부 대리인이 낙마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관측통에 의해 전해진 바에 따르면, 먀오화가 시진핑의 신임을 얻으면서도 뒤로는 자기 인맥을 강화하는 사실상 ‘배신’ 행위를 장기간 저질러 왔기 때문에 시진핑에 의해 숙청됐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안훙빙은 이 때문에 먀오화를 숙청한 시진핑이 먀오화 인맥으로 추정되는 80~100여 명의 고위 장성과 500여 명의 영관급(대교·상교·중교·소교) 장교들을 모두 처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체제 내부의 양심적 인사들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진핑의 1인 독재 체제는 첨단 기술로 물샐틈없는 감시망을 펼치고 있는 비밀 첩보기관을 통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에서 ‘집단지도’를 강조하는 일련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1인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는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 대해 “일리가 있다”라고 평가한 위안훙빙은 “하지만 시진핑의 독재적인 권력과 지도자로서 위상은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훙빙은 “다만, 안팎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는 권력이 중앙집중화될수록 시진핑의 파국과 공산당의 종말이 가까워진다”며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민주생활회서 ‘반부패 명단 작성’ 지시
중국공산당 수뇌부인 중앙정치국은 지난해 12월 26~27일 ‘민주생활회’를 개최했다.
민주생활회는 중국공산당의 내부 회의로,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고 상호 비판하거나 자아비판을 하는 자리다. 중국공산당은 이 회의를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으로 설명한다.
공산주의를 표방한 정권에서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제외하면 인민민주주의, 즉 노동자 계급이 독재하는 민주주의가 된다.
실제로 노동자 계급이 독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당 고위층이 대신 독재를 하게 된다. 공산주의 실현을 위해 일단 사회주의부터 실시한다는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노동자와 당 고위 간부 사이에 빈부 격차가 극심한 것은 인민민주주의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안훙빙이 내부 소식통에게서 입수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 ‘민주생활회’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하나는 반부패를 위한 명단 작성, 다른 하나는 군부의 절대적인 충성이다. 충성 강조는 그만큼 군부 내에서 시진핑에 대한 불만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은 회의에서 “칼날을 내부로 돌리고, 총검에 붉은색을 봐야 한다”며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살기등등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반부패의 목적을 먀오화 세력의 축출 그리고 퇴직 군 장성의 비리에 대한 조사라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 정가에서는 ‘양산박 108 호걸’, ‘관우 휘하 500 병사’라는 농담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먀오화가 거느린 100여 명의 장성과 500여 명의 영관급 장교들을 일종의 저항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반부패는 표면일 뿐, 실질은 끊임없는 권력 다툼이다.
위안훙빙은 또한 시진핑이 반부패의 칼날을 반대 세력뿐만 아니라 ‘퇴직 군 장성의 비리’에 맞추는 것은 전쟁 자금 준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시진핑이 취임한 2013년 7200억 위안(약 133조원)에서 올해 1조 6700억 위안(약 308조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위안훙빙은 “실제 국방예산은 공개한 것에 최소 2배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중국 국방예산 실제 규모’ 보고서에서 2022년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을 7110억 달러(약 104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밝힌 2290억 달러의 3배이자 같은 해 미국의 국방예산 7,420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보고서 링크).
이러한 막대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한 것은 중국의 경제력이었지만, 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시진핑은 퇴역 장성들이 횡령한 뭉칫돈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 회의에서 “퇴역한 군인들이 횡령한 자금 한 푼까지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준비 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진핑이 지금까지 진행한 군부 반부패 숙청이 현역은 물론 퇴역 장성에까지 광범위한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진핑, 경제 위기 개의치 않아…관심사는 자신의 집권”
위안훙빙은 지난 2024년 시진핑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리상푸(李尙福·66) 전 국방부장(장관)과 그의 전임자인 웨이펑허(魏鳳和·70)의 정치적 배신이다. 이들은 직접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의 군사적 지휘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고, 대만 침공에 반대했다.
비록 군권은 국가주석이자 중국공산당 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시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전쟁이 시작되면 상당수 권한은 전선의 사령관들에게로 옮겨진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낙마한 먀오화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에게 먀오화 사건의 충격이 더 컸다고 했다. 먀오화는 시진핑이 지난 7년간 군 인사 행정을 일임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먀오화의 추종 세력은 리상푸·웨이펑허 측 인물들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이 경제 상황 악화에는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앞에서는 충성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군사적 능력을 의심하고 대만 침공에 반대하는 군 지휘부에 더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지도자에게 민심이나 민생, 심지어 인민의 생사마저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시진핑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군부의 불충이다. 따라서 올해 중국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시진핑이 경제 살리기보다 군부 반부패 숙청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게 위안훙빙의 견해다.
지난달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앞서 4일 인민해방군 정보지원부대(정보부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부대 현대화와 정보체계 발전 등을 지시하면서도 충성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절대충성·절대청렴·절대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충성을 강조하면서 청렴 혹은 반부패를 반드시 같이 언급한다. 중화권 평론가들은 실제로 시진핑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충성이고 청렴은 곁들이는 말이라고 보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인 스산은 위안훙빙의 분석에 대해 “올해 중국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발생 혹은 내부 갈등의 폭발이거나 대규모 경제 위기일 수 있다. 모두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