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곳 중 4곳이 중국 내 사업을 5년 후 철수하거나 이전·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절반 이상이 올 하반기 사업체 가동률이 60% 이하라고 응답했다.
산업연구원은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공동으로 지난 7∼9월 중국 진출 한국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환경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은 지역별로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성의 수도권), 장강 삼각주(상하이 등을 포함한 장강 하구 경제권), 산둥, 광둥에 있는 기업이 89%였으며, 업종별로는 제조업 63.6%, 서비스업 35.2%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사업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올해 상·하반기 업황과 현재 가동률, 향후 2~3년 전망, 향후 5년 전망 등을 기업인들에게 물어봤다.
이에 따르면, 하반기 업황에 관해 절반 이상이 ‘나쁨’으로 대답했고, 가동률도 낮게 평가됐다. 또한 단기 전망보다 중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중국 경제가 향후 5년간 계속 악화할 것으로 기업인들은 내다봤다.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이전하겠다는 응답은 2~3년 후 31%였으나 5년 후 37%로 오히려 상승했다. 그 이유로는 경쟁 심화가 28.3%로 가장 높았고 미중 분쟁(24.5%), 현지 생산비용 상승(17.0%) 순이었다. 산업연구원은 “현지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경쟁이 심화한 것을 확인했다”라고 평가했다.
철수·이전 고려와 무관하게 선택한 중국 내 경영 여건상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 수요 부진’이라는 응답이 46.3%에 달했다. 중국의 내수 시장 침체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직격탄이 됐다.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경우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대상 지역은 기타(43%), 동남아(36%), 한국(14%), 서남아(5%), 북미(2%) 등의 순이었다.
또한 핵심 기술이 유출됐거나(21%), 유출 위협이 있었다(21%)는 응답이 42%를 차지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기술 유출 위협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됐거나 위협받은 기술 자산은 경영정보(31%), 기술 인력(25%), 생산품 레시피(16%), 생산공정 자료(15%), 제품도면·소스코드(13%) 등이었다.
기업들이 평가한 중국의 대내 환경이 악화한 요인은 수요시장의 변화(24%), 생산비용 상승(18%) 등 경제적 요인 외에도 중국 정부 정책(21%), 정치적 제제(15%), 외자기업 규제(11%), 불공정 경쟁(11%) 등 중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들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경제 단체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국제금융센터는 ‘대중국 수출 위축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본격 추진한 2016년부터 한국 수출의 대중국 탄력성이 하락했다”면서 “한-중 수출은 보완에서 경쟁관계로 이미 전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