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전문인력 확보에 분주한데…뚜렷한 대안 없는 한국

하정현
2024년 12월 30일 오후 9:21 업데이트: 2024년 12월 30일 오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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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미국·중국)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국의 전문 인력 확보에 분주한 모양새다. 전문 인력 확보 영향력에 국내 인재들도 포함돼 ‘인재 유출’ 사각지대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쇄도하고 있다.

우선 30일 외교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해 소위 ‘비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으론 미국에서 전문 학위를 받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 규제를 완화해 취업을 유도한다는 분석이다. 첨단기술 패권국의 지위를 사수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9일 “H-1B 비자를 확대해 외국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머스크 CEO가 언급한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직종에서 최대 6년까지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해당 비자는 신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연간 8만 5000명으로 발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 분류되는 마이크론은 최근 몇 주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들의 경력직 면접을 잇달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마이크론의 면접은 마이크론 측 매니저와 지원자가 일대일 방식으로 영어 및 PT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9월 초 국민적 공분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전직 임직원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현지 공장을 설립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9월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을 투자받고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등 기술 인력을 대거 영입해 2021년 12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가치가 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삼성 핵심기술을 활용해 1년 3개월간 20나노급 D램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해당 기업이 반도체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기술 탈취가 한몫했다는 게 중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경제는 이른 시일 내로 전문 인력 구인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시장의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인재는 약 30만 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또 국정원이 최근 10년간 적발한 해외로의 기술 유출 실태를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자동차·정보통신·2차전지·전기전자 분야가 176건(77.8%)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내 전문 인재의 해외 유출 우려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전문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경쟁에서 패전국이 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