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이 항공 안전 전문가를 인용해, 17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건과 관련해 공항 설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각) 영국 스카이뉴스는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와 함께 무안공항 참사 영상과 공항 항공사진 등을 분석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고찰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제대 후 항공 잡지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에서 편집자 겸 항공 문제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97년과 2005년 영국 왕립 항공협회로부터 국제 항공수송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재난의 결정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활주로 끝에 위치한 콘크리트 벽을 가리키며 “그런 종류의 구조물은 그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에 무한공항의 ‘외벽’으로 소개되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항공기 계기착륙시스템(ILS)’의 일부다. 조종사가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무한공항은 계기착륙시스템 설비를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해 문제라는 게 리어마운트의 지적이다.
그는 “조종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조종사)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좋은 착륙을 했다. 착륙이 끝날 무렵 항공기는 실질적으로 손상되지 않았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항공기는 매우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혀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개항한 이 공항의 위성 사진을 보면, 콘리트벽이 오랜 세월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 콘크리트 벽은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조종사를 안내하는 ILS에 설치돼 있었는데,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ILS 안테나는 보통 그런 위치에 설치하지만, 이렇게 단단한 곳(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 해선 안 된다.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라며 공항 설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리어마운트는 “그 구조물 뒤에는 항공기가 속도를 늦출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구조물이 없었다면) 모든 사람이 생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30일 브리핑에서 ‘콘크리트 옹벽’에 관한 질의가 나오자 “무안공항의 경우 방위각 시설이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에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활주로 끝에서 251m 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또한 “여수공항, 포항, 경주공항 같은 공항에도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다.
방위각 시설은 항공기가 착륙할 때 방위를 확인할 수 있게 신호를 주는 항행 안전 장비다. 계기착륙시스템은 항행 안전 장비 중 하나이며, 방위각 시설은 계기착륙시스템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국토안보부는 브리핑에서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질문에 “방위각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는지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정해진 규격화된 형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약 3분의 2지점에 착륙해 활주로를 전부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 일반적인 착륙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착륙했다는 점에서 만약 일반적인 방향으로 착륙했다면 콘크리트 구조물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언급된다.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랜딩기어 문제, 알려지지 않은 결함 가능성 등 성급한 결론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