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회복을 시사한 지 며칠 만에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위원인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를 주(駐)파나마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 ‘트루스 소셜’을 통해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가 파나마 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파나마는 파나마 운하를 통해 우리를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카브레라를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국제 파트너십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평가했다.
2020년 트럼프 재선 캠프의 플로리다주 책임자를 지낸 카브레라는 현재 마이애미-데이드 국제무역 컨소시엄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2023년부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의 플로리다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트럼프는 카브레라가 공화당 전국위원회 강령위원회 위원으로서 자신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를 발전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는 “케빈만큼 중남미 정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그는 파나마에서 우리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명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카브레라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으며, 그가 미국의 미래와 중남미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안다”고 밝혔다.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하원의원(플로리다)은 “파나마는 마약 밀매, 불법 이민 퇴치, 독재 정권 반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의 중요한 민주주의 동맹”이라며 “케빈이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나마 운하 관련
트럼프는 지난 21일부터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회복을 시사해 왔다. 그는 파나마가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과 상선에 ‘터무니없이 높은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는 “파나마가 수로의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운영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면적으로 의문의 여지 없이 파나마 운하의 미국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0년에 걸쳐 건설해 1914년 개통했던 파나마 운하를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에 따라 파나마에 이양했으며, 1999년부터 파나마가 전적으로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이 운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 통로 중 하나다.
호세 라울 물린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에 반발하며, 22일 성명을 통해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의 모든 면적은 파나마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인들의 것”이라며 파나마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25일 별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중국군이 불법적으로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 수리비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게 만들면서도 그 어떠한 발언권도 전혀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보 자유 사회센터 사무총장이자 헤리티지재단 객원 연구원인 조지프 휴마이어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중국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과거 미국의 외교정책 실수를 지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휴마이어는 23일 자신의 X 게시물에서 “1977년 카터의 파나마 운하 이양은 20세기 미국 최대의 외교정책 실패 중 하나”라며 “21세기에 들어서서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파나마 운하 운영은 물론, 중남미 지역 전반에 걸쳐 침투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가 미 군사력의 전개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언급하며 “이 운하를 통해 미 해군이 태평양과 대서양, 두 곳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이와 같은 운하의 전략적 중요성을 파악하고 은밀히 운하의 물류 운영에 침투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휴마이어는 “중국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파나마 운하를 교란해 미 해군의 국제적 위기 대응력을 방해할 수 있을지, 특히 대만 관련 시나리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문제”라면서 “트럼프는 뛰어난 전략적 직관력으로 이 중대한 사안을 국가안보 의제의 최상위로 끌어올렸다”라고 평가했다.
*이청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