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기고] ‘카키스토크라시’…“정치 리더십의 질적 하락 심각”

2024년 12월 28일 오전 9:04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진 정치 리더십의 질적 하락을 간결하게 포착한 단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치학계와 언론계에서는 접미사, ‘크라시(cracy)’를 붙여 독특한 정치 현상을 설명하곤 한다. 금권정치를 머니크라시(Moneycracy), 몰지성의 정치(바보들의 정치)를 이디오크라시(Idiocracracy), 도둑정치(부패정치 체제)를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라고 하는 식이다.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데모크라시와 다르게 작동되는 사이비 민주주의를 비꼬는 조어이다. 그렇다면 카키스토크라시라는 생소한 단어는 어떤 정치 현상을 담고 있을까. ‘가장 악덕하고 비양심적인, 즉 최악의 인간들이 주도권을 잡은 정치’다. 『카키스토크라시』(2021년)라는 제목의 저서를 집필한 재미교포 작가인 김명훈의 정의다. 그는 또 ‘어리석고 저열하며 무도한 이’를 ‘잡배’라고 규정했다. 다시 말하면 ‘잡배의 정치’다.

그런데 카키스토크라시 현상이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리더십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게 정치 지도자의 별명이다. 대한민국 국가 원수인 윤석열 대통령은 ‘장님 무사’다. 국가를 선무당처럼 운영했다는 얘기다. 명태균이란 정치 브로커가 붙인 이름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국정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재명’이다. ‘형수 욕설 논란’에서 비롯된, 도저히 옮길 수 없는 별명으로 그의 ‘도덕 상징’과도 같은 말이다. 그는 현재 7개 사건에 연루돼 총 11개 협의로 4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중 한 사건이 사실관계와 혐의가 인정됐다.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가만히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카키스토크라시의 전형이거나 표본 국가처럼 느껴진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 카키스토크라시는 국가지도자의 자질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선 진정한 리더란 누구인가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통탄스러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수습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슬프고 암담하게 느껴진다.

국민의 바람은 단 하나다.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진 헌정질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괴된 국가 시스템을 조속히 복원하라는 요구다. 길어질수록 국민 고통은 커지고 있다. 벌써 24일째다. 27일 오전 10시 기준 환율은 1476원이다. 데드라인인 1500원은 시간문제 같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이 약 20% 줄었다. 계엄의 후유증이 미칠 경제가 민생 위기로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줄 것인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떻게 정의가 다시 세워질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런데 사태 수습의 책임을 진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는 물론 외국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탈피할 것인지 고민이 없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고 있다. 불법 비상계엄이 여야의 정쟁이 되고 있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계엄이 정쟁거리가 된다는 게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인가. 매듭마다 내란죄 협의를 받는 피고인의 권리를 내세워 시시비비를 따지고 있다. 오로지 법 기술을 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수당 횡포에 대한 경고”라면서 “헌법에 규정된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 공수처, 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계엄 관련 서류를 일절 제출하지 않고 있다. 27일 계엄 발령하듯 헌재에 변론 참석을 통지했다.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물어보자. 그럼 계엄 이유로 적시한, 다수당 횡포인 예산삭감과 고위직 공무원의 탄핵은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월권이라는 말인가. 과도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위법 사항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말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하지 않은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조차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 지도자를 모시는 청와대 비서실, 내각 관료 그리고 집권 여당은 국정의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나. 국민이 선거와 여론조사를 통해 수없이 보낸 경고에 귀 기울였나.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선출된 국가 권력이라는 이유에서 윤 대통령을 ‘무오류의 제왕’으로 떠받들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이재명 죽이기’에 부화뇌동했다.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의 덫’을 풀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했나.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용산 대통령실의 하수인이었다. 그나마 김건희 고리를 끊으려는 한동훈 전 대표를 끄집어 내리지 못해 안달했다. 윤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를 해왔다. 그 최종적 결과가 바로 비상계엄 선포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라고,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라고 하지 않는 게 바로 카키스토크라시 현상이다. 카키스토크라시 상황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탄핵정국 과정에서도 그런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탄핵 찬성 세력을 밀어냈다. 당권을 장악한 ‘친윤 세력’은 ‘윤석열 살리기’에 혈안이 됐다.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이 수용할 때까지 사과하겠다”라는 공개적으로 발언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의원들에게 “얼굴을 두껍게 하고 살자”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오직 자기들 살길만을 찾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스스로 총을 메고 나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 임명을 반대했다. 현재 6명 헌재 체제에서 헌재의 심의와 심판이 이뤄진다면 만장일치가 되어야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그것도 ‘6명 심의 심판’이 가능할 때의 문제다. 윤 대통령은 6인 체제의 헌재 운영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6인 체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헌재 운용 체제가 붕괴, 심의조차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정 공백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5선)가 이런 기초적 법률과 국정 상황을 모를까. 아니다. 오히려 그걸 이용하고 있다. 오직 헌재 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법 기술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헌재가 내년 4월에 2명의 헌재 위원 임기가 만료된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 권력 공백 상태가 지속될 것이고 헌정질서의 회복은 요원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문제가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본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헌재 위원 임명을 보류한다고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지난 27일 한 대행 소추를 의결했다. 이 때문에 탄핵 소추 의결정족수 논란(국무총리 150명, 대통령 권한대행 200명)이 야기됐다. 같은 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했다. 이 역시 최종적 판단을 헌재가 해야 한다. 이래저래 국정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민주당도 문제다. 민주당은 오직 시간과 전쟁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최종심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헌재의 최종 심판을 유도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탄핵 3건, 특검 3건, 삭감 예산안 모두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닥치고 공격이다. 의회의 다수 의석을 앞세워 점령군 행세처럼 보인다.

‘뱁스 효과’라는 게 있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점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얘기하면 설득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론이다. 남의 잘못을 통해 자신의 흠결을 덮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잘못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일 뿐이다. 자기의 잘못은 불순한 의도로 덫 씌워진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어떤 얘기가 설득력이 없어지는 이유다.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시위 행렬을 보자. 탄핵 찬성 시위 못지않게 탄핵 반대 시위 군중이 모이고 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비상계엄을 시도한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히려 반등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으로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계엄은 분명한 위헌적 행위였다. 하지만 그런 무모한 짓을 한 윤 대통령에 대한 심정적 이해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심정적 이해의 단서는 민주당의 의회 독주였다. 헌재의 시간이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너무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불행하게도 민주당이 그 변수를 만드는 중심에 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을 잘못 해석하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의 자충수일 뿐이다. 결코 민주당의 퍼포먼스로 득점한 게 아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도 시곗바늘을 돌리기 위해서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입법 독주, 과도한 탄핵과 특검 추진은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윤 대통령의 추락이 그 증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옳았다. 우리가 대적하고 있는 북한보다 더 큰 위험인자가 있었다. 카키토스크라시와 그에 부역하는 정치인이다. 자살골로 윤 대통령이 사라질 운명에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경쟁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윤 대통령의 추락이 이 대표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게 카키로스크라시 정치를 벗어나는 기회가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럼 어떻게 카키토스크라시에서 벗어날 것인가. 계엄 사태 이후 미래가 없는 정치의 실상과 민낯을 봤다. 볼썽사나운 정치 상황에 국민은 일어났다. ‘카키스토크라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플라톤은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저질 정치인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카키스토크라시에서 벗어나는 해법이다. 조기 선거가 사실상 예상되어 있다. 저질 정치인에 대한 심판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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