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정을 파탄으로 몬 것은 죄가 아닌가?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2024년 12월 28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4년 12월 28일 오후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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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기어이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해서까지 탄핵소추를 했다. 아무리 폭주 중인 민주당이라도 곧바로 밀어붙이지는 않으리라고 예측했었다. 너무 지나친 의정 횡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탄핵소추하고 권한대행까지 그렇게 하려고 할 때는 정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려면 하다못해 발의한 다음 날은 피할 일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신들린 듯 밀어붙였다. 무엇이 급해서, 아니면 뭘 믿고 그랬을까?

우원식 국회의장이라도 자신과 국회의원들이 이성적 눈으로 사안을 보게 될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입법부 수장으로서 당연히 가짐 직한 자세다. 우리 정치인들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도덕률, 전통, 관례 등에 크게 구애됐었다. 어쩌면 우 의장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국회의장으로서 체통이나 위신을 염두에 뒀을 것 같기도 하다. 기계처럼 의사봉을 휘둘러 표결을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야 했겠는가.

당장 의결정족수가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에 준하는 200석을, 민주당은 국무총리 경우를 적용한 151석을 주장했다. 우 의장은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나름의 결론을 내려두고 있었다.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을 근거로 판단할 것임을 예고했다.

“의결 정족수 내 손안에 있소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민주당 김한규 의원의 질의에 “한 권한대행 탄핵안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 이론이 없다”고 회신했다. 입법 조사처가 우 의장과 김민기 사무총장(전 민주당 의원) 휘하의 조직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맞춤형 답변을 내놨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26일 숨 가쁘게 본회의를 개회하고 탄핵소추안을 상정한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무효’를 외쳤지만 사실상 그건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의원 19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 192명 모두가 찬성했다. 소속 정당이나 이념집단의 지향성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간 민주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등의 표결 행태는 동일하고 일관돼 있었다. 당론으로 정해지는 순간 이론(異論)은 있을 수 없었다. 주(主) 지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뜻에 충실히 반응할 뿐이었다. 이건 대의민주정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이 리더나 조직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과분한 대가를 받는 것은 국민의 대의원들이 취할 바 태도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그런 행태를 보여 왔다. 세비는 국민으로부터 받으면서 이 대표에게 봉사해 온 것이다.

괜히 트집 잡는 게 아니다. 이날 민주당 이 대표는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에 앞서 ‘대국민 성명’이라는 것을 내놨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성난 민심의 심판을 피해 용산 구중궁궐에 깊이 숨었습니다. 온 국민이 지켜본 명백한 내란을 부정하고 궤변과 망발로 자기 죄를 덮으려 합니다. ‘권한대행’은 ‘내란대행’으로 변신했습니다. 내란 수괴를 배출한 국민의힘은 헌정 수호 책임을 저버린 채 내란 수괴의 친위대를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국민 거의 모두가 알고 있듯 그는 전과자에다 다양한 범죄의 피의자이고 피고인이다. 그가 현직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규정했다.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 자신이 어떤 태도와 행동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저항하고 회피하면서 의회정치를 왜곡시켜 왔는지 설마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대행을 ‘내란 대행’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국민의힘에는 ‘내란 수괴의 친위대’라는 치욕적 이름을 붙여줬다.

그는 2022년 여당 대선후보로서 현직 대통령(당시)과 압도적 다수 국회 의석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유력 당내 경쟁자들이, 그야말로 경쟁하듯 자진해서(?) 낙마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됐다. 선거 경쟁 여건은 이처럼 넘친다고 할 정도로 좋았다. 물론 국민의 정권 심판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거의 전적으로 후보의 자질 자격 인물됨에 의해 판가름 난 승부였다. 패배의 책임이 당시의 이 후보에게 있었던 것이다.

사익 위해 공익 희생시키는 재주

0.73%로 아깝게 졌지만 패배는 패배다. 단 한 표라도 많이 얻은 사람이 당선하기로 되어 있는 것이 대선의 룰이다. 개표 결과가 나온 이상  승자는 포용력을 발휘하고, 패자는 승복의 예를 갖추는 게 민주적 공정선거의 진면목이다. 그는 이 상식을 외면했다. 대선 패배 후보가 바로 그해 6월 1일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다. 자신이 도지사로 있던 경기도, 자신이 시장으로 재임했던 성남시의 분당구 갑 선거구를 피해 인천의 계양구 을 선거구를 택해 당선했다. 자신의 연고지역에서는 당선할 자신이 없었던 거다.

국회에 진입하자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서 당권까지 장악했다. 그에게는 개인적 비리 부패 혐의로 인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피하는 것이 당면 최대 과제였다. 그 때문에 국회의원직에다, 거대 야당의 대표직까지 필요했다. 사익을 위해 공익을 희생시키는 데 천부적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방탄 부대로 동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입으로는 ‘국민의 대표’ 운운하면서 이 대표 경호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의 면모를 보였다. 이들은 이 대표 교주 만들기(종교적 질서 체계를 빌려 말하자면)와 그를 위한 사법적 방어를 위해 온갖 꾀를 다 짜냈다. 그 바람에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했다. 당 간부라는 사람들이 그를 ‘당의 아버지’ ‘신의 사제’라고 공공연히 우상화할 정도였다.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정부를 뒤흔들고 검찰‧법원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장관과 수사 검사 방송통신윈원장들에다 감사원장에게까지  탄핵소추의 모욕을 안겼다. 이 대표 구하기에 방해가 되고, 장차 위협이 될 만한 공직자는 모조리 헌법재판소로 넘기겠다는 기세였다. 이전 지도부 때의 일이긴 하지만 판사까지도 탄핵으로 내몰았다. 정부를 무력화시키면서 사법부에도 압박이 전해지게 하는 노골적이고 교활한 술수를 동원한 것이다.

이런 마구잡이 탄핵소추 발의‧가결, 거의 비슷한 횟수의 특검법 제정 등은 정부 여당과 대중에게 정부 흔들기, 이 대표 보호, 대선 패배 보복의 일환으로 비치기 마련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국정을 마비시킬 공격 행위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것이 내란, 반란 행위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내란 행위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덕수 대행이 이정표를 세우다

그걸 목격하거나 당하면서도 민주당의 국회 장악, 입법 전횡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 수단은 전무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이 대표가 권력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대국민 성명’에서 ‘윤석열’을 ‘이재명’으로, ‘한덕수’를 민주당의 지도부와 유력자 면면으로 바꿔 넣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이 대표와 그 추종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리고 그 위에 이재명 정부를 수립하기에 기를 쓰는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당연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길은 차단되어야 한다. 이 대표도 당연히 사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하고, 그의 주위에서 온갖 계략을 꾸며 국정을 파탄지경으로 내 몬 사람들, 의회정치를 언어폭력과 입법행패의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들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정의 룰이다.

범죄자가 대단히 거친 말로 남을 단죄하는 행태가 용인되면 대의민주주의는 퇴행을 면할 수 없다. 정치가 선‧악의 대결 구조로 이어져서는 위험하지만 악이, 불의가 정의 행세를 하면서 정치‧경제‧사회질서의 관리자 노릇을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이는 국민이 막아줘야 한다. 그게 주권자로서의 책임이다.

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소추를 당함으로써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 자리를 잇게 됐다. 민주당의 사또 행세가 이번엔 최 대행을 겨냥하겠지만 통할 것 같지는 않다. 한 대행이 분명한 모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 대행이  다시 탄핵소추를 당하고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그 자리를 잇는다고 해도 달라질 게 있을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이 아예 정부를 축출해야 할 적으로 규정한 이상 정부도 응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을 테니까.

한 대행은 정말 중요한 교훈을 정부 각료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줬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NO”라고 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와 배포를 실천해 보였다. 후임자들도 당연히 그의 길을 걸을 것이다. 정부가 완전히 파탄 상태에 이르더라도! 아니면 민주당이 다 부수고 말 테니까.

정부를 무력화(無力化) 무능화하고, 그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몫이다. 이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그들이 정권을 잡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든 이 책임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사실만은 국민의 이름으로 확인돼야 한다.

집권당 책무 무엇인지 고민하라

권력에 취해 이성과 합리성을 잃어버리면 그 피해는 엄청나게 부풀어 국민 공동체를 뒤덮어 버린다. 그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권력을 잘못 휘두른 사람들의 몫이다. 화는 복에서 초래된다. 길흉은 별개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길이 흉이 되고, 흉이 길이 되는 이치는 다들 경험으로 안다. 민주당 사람들이 특히 명심할 일이다.

윤 대통령의 잘못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나열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내란 수괴’로 몰릴 정도는 아니다.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헌법이 만들어 놓은 비상구를 열었다가 도둑 취급을 당하게 된 셈이다. 검찰이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면서 엄청난 사실을 적시했다고 하는데 피고인 측은 “픽션‘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어쨌든 이 일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할 일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계엄 연루자들에게는 치열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도 덜하지 않다. 집권당이라면서 야당과 경쟁할 생각은 않고 안에서 편을 갈라 분란을 일으키기에만 골몰한 결과가 대통령의 좌절, 국정 난맥상을 초래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바로 국민의힘 처지를 가리키는 말 아닌가.

당 법률자문위원회(위원장 주진우 의원)가 27일 한 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당연한 대응이다. 민주당 마음대로 벌인 일에 대해 법적 정당성 여부를 법원에 묻는 것은 여당으로서의 책무다. 치열하게 다퉈서 반드시 우 의장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좌절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대행 등이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여당은 무엇을 했는가. 의사당 안에서 손팻말 들고 구호나 외치는 게 국정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말해 보시라. 지금까지 여당이 야당에 밀린 것은 선전선동에서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비호하라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밖으로 나가 민주당과 이 대표가 무슨 일을 어떻게 벌여왔는지를 국민에게 고발해야 한다. 한 대행은 혼자서도 의연하게 맞섰는데 집권당이라면서 얌전만 떨다니! 국회의장석 앞에 모여 주먹 쥔 팔을 흔들며 “무효” “사퇴‘를 외친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인가?

당장 거리로 나서라! 광야에서 부르짖듯 외치라.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가를! 누가 그것을 어떻게 파괴해 왔는지를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모두 배지를 떼고 집에 가서 틀어박히든가!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