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되면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직무가 정지된 지 13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기도 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이 중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은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다. 그래선지 국가에 중대한 불이익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탄핵을 밀어붙인 것은 과한 일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그 연장선에서 이날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정치권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덕수 권한대행의 업무는 정지됐다. 그의 업무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신 맡게 됐다.
이에 우태훈 시사평론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행정부의 마비로 본다”며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게 됐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기재부장관·국무총리·대통령 등을 겸직하게 됐는데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마비’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 경제 위기론도 덩달아 부상했다. 실제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반도체업계와 관련된 ‘반도체 특별법’을 제외했다. 이로써 반도체법은 연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게 됐다. 앞서 반도체법은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각 정당이 법안을 마련하게 됐다. 단, 해당 법의 핵심인 ‘주52시간 근로 배제’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계류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는 제2의 외환 위기를 우려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발의가 이뤄진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1466원까지 추락했다. 또 금융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후폭풍으로 주식시장에서 3조 원 이상 매도한 외국 투자자들이 급속 이탈하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원화 하락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 이는 ‘고물가 시대 장기화’를 예고하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