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고] ② 한팡밍 차하얼학회 주석 “나는 한국의 ‘단골손님’이었다”

'차하얼학회'의 정치인 대상 통일전선공작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 /전 문체부 미디어정책관
2024년 12월 26일 오후 8:53 업데이트: 2024년 12월 26일 오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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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재계, 학계와 종교계를 대상으로 한 차하얼학회와 한팡밍(韓方明) 주석의 행적을 차례대로 추적해 보자.

우선 정치인들이다. 2013년 11월 14일부터 이틀간 아산정책연구원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향후 20년의 한중관계’를 주제로 ‘아산 베이징포럼 2013’을 열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와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학회가 공동 개최한 것이었다. 이 포럼에는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인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2013년 11월 14~15일 아산정책연구원은 중국의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차하얼학회와 공동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향후 20년의 한중관계(Korea and China: Next 20 Years)’를 주제로 ‘아산 베이징포럼 2013’을 개최했다. | 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그해 12월 18일 한팡밍은 동국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망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 예방을 비롯해 19일에는 SKC 최신원 회장과의 조찬, 남경필 국회의원 예방,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예방, 김문수 경기도지사 면담, 20일에는 김선동 청와대 정무비서관 조찬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이들을 사흘 동안 모두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한국 측 인사들 사이에 한팡밍과 차하얼학회의 위상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2016년 10월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는 8~11일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5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2016 여시재 동북아포럼’을 열었다. 논의 주제는 ▲동북아 도시 간 협력 ▲북극항로와 일대일로(一帶一路) ▲동북아 에너지·철도·문화 협력 등이었다. 한팡밍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9월 여시재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광재 운영부위원장,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헌재 이사장, 남경필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창호 외신기자클럽 회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2017년 8월 28일, 김진표 의원은 중국 베이징에서 차하얼학회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2018년 2월 27일, 한팡밍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한중 교류의 공로를 인정받아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노영민 대사로부터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25일, 중국망은 <한팡밍, 신시대 중국 공공외교의 선도자>라는 제목으로 한팡밍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2017년) 차하얼학회는 조선반도 문제에 있어 더욱 민첩한 행보를 보였다. 2017년 한 해 동안 개최한 53개 행사 중 40여 개가 조선반도 문제와 관련된 행사였을 정도다. 차하얼학회 임원진과 연구원들은 쉴 새 없이 중한 양국을 오가며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인사들과 접촉했다. 또한, 비공식 회의, 씽크탱크 교류, 혹은 우회적 방식을 통해 양국 지방 간 교류를 추진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는 차하얼학회가 공공외교를 목적으로 한다면서 실제로 주된 공작 대상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기사에서 한팡밍은 “2017년 나는 한국의 ‘단골손님’이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에 가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21일, 의정부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 운명 공동체 구축과 안중근 정신’을 주제로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 한팡밍 차하얼학회 주석, 문희상 국회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2019년 5월 6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6일 중국을 공식 방문, 8일까지 2박 3일간 일정에 들어갔다. 문 의장의 방중 목적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치산 국가 부주석 및 양제츠 중앙정치국 위원 등을 만나 양국 간 긴밀한 의회 교류와 협력을 강화함과 아울러 한중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교류와 실질 협력을 가속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당시 순방에는 여야 의원 중 민주당 김진표·박정·박병석·한정애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일정 중에 차하얼학회 회원들과의 조찬 간담회가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5월 10일에는 연세대 개교 134주년 기념 중국연구원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차하얼학회 한팡밍 주석,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대한민국 중국대사관 추궈훙 대사 등이 참석했다. 그해 11월 8일 연세-차하얼연구소(Yonsei-Charhar Center) 개소식이 열렸는데, 같은 인물들이 모두 참석했다.

다음 달인 12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정부시와 차하얼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5회 한중 공공 외교포럼이 열렸다. 문희상 국회의장, 김진표·박정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20년 3월 4일, 차하얼학회와 베이징 장쑤(江蘇)기업상회가 대구 지역 시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 의원)에 마스크와 방호복 등 방역 물품을 전달했다. 차하얼학회는 4월 27일에도 의정부시에 방역 마스크(KN 95) 30만 장을 기증한 뒤, “한국에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개최된 기증식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진표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참석했다.

2021년 8월 24일에는 주한중국대사관이 주최한 한중 수교 29주년 기념 화상 리셉션이 열렸다. 이날 중국 측에서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 장관, 한팡밍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 등이 축사를 했고, 한국 측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희상 전 국회의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등이 축사를 했다.

같은 날, 한중관계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한중수교 29주년인 이날 출범식을 겸한 제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반관반민(半官半民)’의 1.5트랙 협의체 성격인 이 위원회에는 한중 양국의 외교·입법·학계 등의 분야 전문가 각 18명씩 모두 36명이 참여했다. 출범식에는 한국 측 위원장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 집행위원장인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등이, 중국 측에서는 위원장인 장핑 전(前)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 집행위원장 왕차오 중국인민외교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팡밍은 미래 계획 분과위원회의 중국 측 위원장을 맡았다.

그해 11월 2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관계 방향’을 주제로 ‘2021 한·중 평화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한팡밍의 축사와 이석현 평통 수석부의장의 기조 강연, 그리고 추궈훙 전 주한중국대사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의 발제 후 토론이 진행되었다.

2022년 1월 20일, 한중 수교 30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상임위원장 노재헌)와 태재아카데미, 중국 차하얼학회가 ‘한·중 수교 30년 및 베이징 동계올림픽 축하’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한중 국제학술대회가 서울과 베이징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추궈훙 전 대사, 노재헌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해 9월 7일, 주중 정재호 대사는 한팡밍과 오찬 면담을 했다. 동 오찬 면담에는 추궈훙 전 대사,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 등도 참여했다.

2022년 12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중의원연맹 창립총회 및 창립기념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6월 12일,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 등 5명은 15일까지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한팡밍을 만났다. 그에 앞서 6월 8일, 싱하이밍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불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한국민을 협박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국민 감정이 격앙돼 있는 상태였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의원들에게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민주당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7명이 연달아 15일부터 18일까지 중국 정부 초청에 따른 ‘문화 교류’ 명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주최한 티베트 관광문화 국제박람회에 참석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비의 땅, 티베트에 초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도종환)고 축사를 했고, 귀국해서는 “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는 70년 전 일”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논란이 일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도 의원 등도 방중 시에 한팡밍을 만났다.

그해 11월 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한팡밍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관계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었다.

2024년 6월 사단법인 한중 국민과 경제의 동행(이하 ‘한중동행’)이 국회사무처에 등록을 마치고 이어 8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중수교 32주년 기념 및 한중동행 출범 특별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국회사무처가 한중동행의 출범을 위해 적극 노력했으며, 한중 공동 회장제(한국: 안승우 나라썸 대표, 중국: 한팡밍 차하얼학회 주석)를 파격적으로 도입하여 수교 이래 완전히 새로운 한중관계의 협력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2022년 12월 2일 공식 출범한 제1기 한중의원연맹, 2024년 7월 9일 출범한 제2기 한중의원연맹에 이어 중국, 정확하게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이 이룩한 쾌거라 할 수 있다.

같은 해 9월 24일에는 ‘2024 ESG 경영과 공공외교의 역할’ 포럼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정·김성원 의원과 (사)한국국제문화교류원, 주한 중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김진표 ESG경영과공공외교실천조직위원회 위원장(전 21대 국회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송석준·강득구·민병덕·유동수 의원 등, 그리고 장중이 연세-차하얼연구소장을 포함해 2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런데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는 월가에서 급격하게 퇴조하고 있다. 독일이 쇠락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ESG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ESG를 ‘녹색 사기’라 규정한 바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 ESG를 권하는 이유는 우리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차하얼학회는 ‘민간’ 또는 ‘비정부’ 싱크탱크가 아니다. 중국 정부와 그 배후의 중국공산당이 조종하는 통일전선 공작기구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 각급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차하얼학회의 공작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