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해외 체류 민주화 인사 6명 수배령
“체포에 도움 제공하면 1억8천만원 보상”
홍콩 당국은 영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민주파 활동가 6명 체포에 도움을 제공하는 이에게 100만 홍콩달러(약 1억8천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현상금을 내건 셈이다.
RFA, 홍콩 프리 프레스 등 언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카르멘 라우(29), 토니 청(23), 청 킴와(64), 조셉 타이(62), 클로이 청(19), 빅터 호(69) 등 6명에 대해 분리주의 선동 및 외국 세력과 공모 등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을 내리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카르멘 라우와 클로이 청은 미국에 기반을 둔 비정부단체(NGO) 홍콩 민주화 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정치 평론가 청 킴와는 영국에 거주하면서 이들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토니 청은 홍콩 독립단체 소속으로 4년간 복역 후 석방돼 이미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으며, 홍콩 여론연구소 조사원을 지낸 조셉 타이와 유튜버 빅터 호는 캐나다에서 홍콩 민주화 인사들을 지원해 왔다.
카르멘 라우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늘은 홍콩 민주회위원회에서의 연말 연휴 전 마지막 근무일인데, 방금 전에 국가 안보 위반죄로 100만 홍콩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1/ Today was the last working day before our year-end holiday at HKDC and I just learned that I am now a wanted Hong Konger with a HK$1 million bounty for national security offences. pic.twitter.com/OEvikV2SXO
— Carmen Lau 劉珈汶 (@carmenkamanlau) December 24, 2024
라우는 “나는 늘 홍콩 시민을 위해 봉사했다. 구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날부터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평생의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나 자신보다 홍콩을 위해 투쟁을 우선할 것을 맹세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청 킴와와 함께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정부에 홍콩에서 인권 침해를 주도한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왔다. 또한 외국 정부에 홍콩에 대한 경제적 혜택을 철회하는 로비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업가들이 홍콩에서 사업을 할 때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는 활동도 벌였다.
홍콩 경찰은 기존에 수배 중이거나 이번에 새롭게 수배된 이들 6명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면서, 이들을 후원하거나 이들과 금전적으로 거래하는 모든 홍콩 기업과 개인은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로 홍콩 당국의 민주화 운동 관련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인물은 기존 13명을 포함해 총 19명으로 늘어났다.
중국도 ‘민주주의’인데 왜 홍콩 민주화 억압할까…핵심은 ‘자유’
중국은 명목상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도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민주주의는 자유 민주주의가 아닌 인민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인민은 중국의 정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에도 포함될 정도로 핵심적인 개념이다. 인민 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는 민중 민주주의로도 번역되며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제시한 개념에서 출발했다.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의 독재를 뜻한다.
따라서 인민의 독재를 의미하는 인민 민주는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 민주와는 양립하지 않는다. 이번에 수배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 카르멘 라우가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평생의 의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를 뺀 민주화는 중국 공산당의 인민 독재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라고 하면 자유 민주주의의 넓은 개념으로 통용되기도 하지만, 관련 학계와 정치인,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자유 민주주의와 그냥 민주주의의 구분을 중시한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 민주주의 혹은 인민 독재와 혼동될 수 있어서다.
중화인민공화국과 함께 지구상에서 대표적인 인민 민주주의 국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이다. 북한에서는 ‘사람 중심 인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에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번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이라는 단어는 최근 한국 탄핵 요구 집회 현장에서도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12일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일본 BS TV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 WBS의 카메라에는 누군가의 손에 들린 전단에 ‘국민을 인민으로 바꿉시다’라는 문구가 또렷하게 보였다.
이 전단을 누가 작성했는지 현장에서 실제로 배포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화면을 본 일부 네티즌은 “반국가 세력”이라고 우려했으나, 또 다른 네티즌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