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초반 국정 방향은? 당선 후 첫 대규모 집회 연설서 밝힌 7가지

남창희
2024년 12월 24일 오후 5:10 업데이트: 2024년 12월 24일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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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선거 승리 후 첫 대규모 집회에서 연단에 올랐다.

이날 애리조나에서 열린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연례 행사인 ‘아메리카 페스트 2024’에서 트럼프는 기존에 보여왔던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다만 새 정부 초기 중점 국정 과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설은 트럼프 집권 2기의 초반 국정 방향성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하 7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미국에 새로운 정신 깃들었다”…통합 메시지

트럼프는 이날 75분의 연설을 통해 전형적인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연설 도중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하면서 2020년 대선 때 자신이 이겼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유의 예측 불허 발언은 여전했지만 이전에 비해 태도가 느긋해졌다는 평가가 AP통신 등 주요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 이후 폭동이나 소요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국가적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폭동이 없었다. 아무런 소요사태도 없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들(민주당)은 그저 ‘우리가 졌다’고 말했다”며 민주당이 선거 결과에 승복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에 새로운 기운이 깃들었다며 이전에 없었던 통합과 낙관주의가 감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은 이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해낼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주류 언론의 진보 편향성에 대한 비판

트럼프 집권 2기는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에 대한 반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특정 언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류 기성 언론을 겨냥해, 자신과 보수적 가치에 대해 불공정한 보도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다는 기존 비판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런 언론들을 “좌파 노선을 추종하느라 지적인 신뢰성과 직업적 청렴성을 희생했다. 청렴성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일부는 전혀 없다”며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진보적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진정한 용기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좌파 언론의 편향된 보도에 맞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기고 있고 이길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가짜 뉴스에 굴복하지 말라”고 보수 인사들을 격려했다.

아울러 대형 소설미디어 기업들이 막대한 권력을 이용해 보수 인사들을 침묵시키고 있다며, 보수 성향 뉴스를 그대로 유통시키는 소셜미디어와 신흥 미디어들을 “부정직한” 주류 언론을 피해 청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추켜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기사에서 익명의 트럼프 보좌관을 인용해 “(트럼프 집권 2기 때) 언론을 압박할 모든 권력 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범죄자 및 불법 입국자 대규모 추방 계획

트럼프는 취임 첫날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남부 국경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모든 외국인 조직범죄단, 불법 체류 외국인. 미국 땅에서 활동하는 이러한 모든 범죄조직은 해체되고 추방되며 파괴돼 사라질 것”이라며 “국경이 개방된 상태에서 버스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범죄단 조직원들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을 비판하면서 범죄와 마약 밀매 등 불법 입국으로 인한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국가 안보의 핵심 문제’로 규정하고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년층과 소통 창구”…틱톡 금지 철회 시사

트럼프는 ‘틱톡’이 젊은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입장을 바꿔 틱톡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역대 공화당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청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틱톡으로 갔고 수십억, 수십억 뷰의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터닝포인트USA 참석을 마친 다음 날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틱톡 최고경영자와 만나 호의적 반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틱톡이 청년층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보안성을 강화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펜타닐 위기 해결 약속 및 멕시코·캐나다 압박

합성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오남용 문제도 트럼프가 강조한 이슈였다. 트럼프는 이날 행사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마약 추방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대선 공약을 재차 상기시켰다.

트럼프는 “카르텔들을 즉각 해외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라고 말했다. 또한 “마약이 당신에게 얼마나 나쁜지 광고하겠다. 마약은 당신의 외모를 망친다. 얼굴, 피부, 치아를 망친다”며 펜타닐 등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경 안보 실패로 인해 멕시코 등 인접 국가에서 펜타닐 제조 원료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중국의 펜타닐 제조업체들을 단속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시늉만 하고 있다’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지정학적 영향력 회복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미국이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의 안보는 미국의 상업적 거래와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해군의 신속한 배치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은 파나마 운하 최대 이용국으로, 운하 전체 운송량의 72%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건설에 들어간 미국의 자본과 인력을 거론하며, 파나마에 넘겨준 운영권에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어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파나마 운하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파나마 대통령은 “우리 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타협할 수 없다”며 일축했으나, 트럼프는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고 보자”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또한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게 놔두지 않겠다며 중국이 운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했다. 파나마 대통령은 파나마가 운하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입증될 경우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워크(Woke)이념’ 축출하고 전통적인 군 가치관 확립

‘깨어 있는’으로 번역되는 워크주의도 트럼프가 집권 2기 초반 중점적으로 축출하려는 대상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진보적 정책, 특히 군대 관련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통적 가치로의 회귀를 촉구했다. 그는 “워크주의는 군의 효율성과 규율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차기 행정부가 진보주의의 과도한 개입에 맞서는 보수적 가치의 수호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워크는 멈춰야 한다. 다른 모든 것(진보 이념)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우리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멈춰야 한다. 워크는 헛소리”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방정부 전체에 걸쳐 있는 모든 마르크스주의적 다양성(DEI) 정책을 즉시 중단하겠다. 이런 불법적인 정책을 민간 부문에서도 금지하겠다. 미국은 능력주의(merit system)를 믿는다. 최근 대법원의 주요 판결 덕분에 미국은 다시 능력주의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편의상 다양성으로 번역된다. 형평성이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결과의 평등’으로 구현된다는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DEI 운동이 초래하는 결과의 평등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을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인 실적 시스템, 능력주의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기업에서 성과와 관계없이 남녀 동등 임금을 주도록 하는 정책이 여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역시 이날 연설에서 이를 ‘마르크스주의적 다양성’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DEI 운동의 실질은 마르크스주의라는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첫날 “어린이에 대한 성적 훼손을 끝내고, 트랜스젠더를 군대와 초·중·고등학교에서 제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배제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