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韓 진보 정부, 대북정책 전환 위해 동맹 희생할 것”

남창희
2024년 12월 23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4년 12월 23일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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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대담서 “한·미 차기 정부서 방위비 분담금 마찰 우려”
“진보 진영, 반일감정에 의지…‘미군=점령군’ 사고 방식”

미국 국무부 산하 독립기관에서 운영하는 매체 ‘미국의소리(VOA)’가 연이어 한국 정치 상황에 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21일에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통해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출범하게 될 진보 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미동맹 관계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 6개 야당이 공동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 사유에 ‘북중러 대응 외교’가 담긴 점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미한일 협력이 훼손되고 동맹이 마찰을 빚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재차 탄핵 정국을 분석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 안보 부차관은 일본과의 협력, 대중·대북 압박에 공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질문받자 “현 정부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차기 트럼프 행정부 정책 결정자도 앞으로 다가올 두 시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까지 수개월로 예상되는 혼란기에 관해 “야당이 현 정부와 한덕수 권한대행을 최대한 방해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우리(미국)는 동맹으로서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분명히 진보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며 “그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다. 우리(미국)에게도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 정부때보다는 진보 정부와의 관계 관리에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과도기인 한덕수 대행 체제가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야당 역시 대행 체제에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보기에 야당의 움직임은 전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위하고, 탄핵 절차를 가능한 한 서둘러 시간을 단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이재명 측에서는 혼란이 일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서 그들(이재명 진영)은 한국에서 전반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미국이 한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는 것은 파국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야당의 대북 정책과 한미 동맹을 보는 견해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진보 정당은 북한과 관련한 진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이나 동맹 체제의 대부분을 희생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동맹을 중시한다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려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 한다’는 질문에 “현재 이재명 팀은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해 가능한 한 좋은 모습을 내보이며 자신들이 변했다는 점을 설득하려 한다”고 긍정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이재명 진영은 지난 6~8개월간 주한미군에 대해 ‘점령군’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언사를 대단히 신중히 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의도는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돌아간다고 본다. 이는 많은 한국인의 반일 감정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1년 7월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가 한 “미 점령군”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그해 10월 관훈클럽 초청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진주한 소련군과 미군은 스스로 점령군이라 했다”며 정부 수립 이후 한국 요청에 따라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미군은 동맹군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 연합뉴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민주당의 대북·동맹관과 맞물릴 가능성”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에 관한 변수가 한국 측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바로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1기) 때를 돌이켜보면,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을 2만 2천 명 이하로 감축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제정했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전원 철수시킬까 두려워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진보 정부)이 떠나라고 하면 우리는 군대를 철수하고 떠날 것이고, 나는 미국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은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야 미국에 마음을 돌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남아 있었던 이유는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강력한 방어를 구축해 또 다른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고, 이는 75년간 성공적이었는데 (한국이) 도박을 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 5대 군사 강국으로 북한보다 훨씬 우수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했지만, 핵무기를 가진 것은 김정은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철수한다면 더 이상 개입할 의무가 없어지고, 이 경우 김정은이 핵 위협이나 벼랑 끝 전술로 한국에 일종의 양보를 강요할 때 한국은 완전히 홀로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롤리스 전 부차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혹은 이재명 정부가 미군 감축, 동맹 약화, 북한 및 중국과의 타협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이런 요인들이 합쳐지면 동맹의 미래에 매우 나쁜 징조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을 위해 한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3.5%, 최대 5%까지 인상하도록 요구하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한미 관계를 조기에 분열시킬 수 있다며 “미국은 이러한 매우 진보적인 정부와의 관계를 매우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