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서울의 밤. 겨울은 차갑고 해가 짧아진 만큼 정국도 급박하게 돌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듯하다.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민주주의의 근간이 재판관들의 저울질 위에 올려진 채 대통령과, 대통령이 반국가적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야당이 말 그대로 ‘마지막 결투’를 벌이고 있다.
지금 대통령을 향한 탄핵과 비난은 일부에서 “내란 수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의 의도와 무관하게 계엄령을 둘러싼 논란은 국가 시스템 전반을 흔들고 있고, 탄핵의 마지막 승부처인 헌법재판소는 이 거대한 사법 드라마의 결말을 결정할 것이다. 만약 헌재가 대통령 측의 손을 들어 ‘위헌적 내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은 새로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반면 탄핵이 인용되면 대한민국은 곧바로 내각제 도입, 임기 단축, 혹은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통해 ‘제7공화국’ 체제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수십 년간 이어진 대한민국의 민주적 전통이 이렇게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서 줄타기하는 상황은 워싱턴 외교가나 뉴욕의 칼럼니스트들에게도 낯설게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권력투쟁은 단순한 국내 정치 스캔들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의미를 지닌다. 반도체, 원전, 조선, 글로벌 공급망 등 21세기 경제와 지정학의 핵심 축 한가운데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결심은 미·중 패권 경쟁,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은 이 모든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과 함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며, 대만과 협력해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는 등 정교한 전략 구도를 그려왔다. 만약 한국이 흔들린다면 미·일·대만 축과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와 경제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 한국이 자유민주 진영의 핵심 초석(cornerstone) 역할을 해왔음을 감안하면, 한 국가의 헌정 위기가 전 세계적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결코 과장된 우려가 아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는 민주당을 비롯한 ‘반국가 세력’이 왜 헌법 정신에 반하는지 국민과 국제사회에 납득시킬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원전, 방위산업, 첨단기술, 청년 고용 등 미래를 위한 예산을 축소하는 의회가 진정 국민을 위한 입법기관인지 묻고,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의혹이나 검찰·감사원·선관위를 겨냥한 탄핵 시도, 그리고 무려 22차례 반복된 탄핵 시도가 과연 헌법 수호를 위함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과 세계를 향해 마이크를 잡고 반국가적 행위를 입증할 ‘폭발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언론이 함부로 붙이는 “민주주의 파괴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대만 헌재가 입법 독재 시도를 기각한 것처럼 한국 헌재 역시 헌법 정신을 지켜낼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대통령은 목소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나 임기 단축, 내각제 도입 같은 ‘쉽고 빠른 타협’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고집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신념일 수도 있다. 이러한 신념은 당장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상 수많은 민주 지도자가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그 선택이 옳았음을, 혹은 최소한 쉽게 흔들리는 길을 택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도 있다. 언론이 무차별적으로 비난의 포화를 퍼붓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외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국가의 정통성, 장기적 비전, 그리고 헌법적 가치가 일시적 여론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
국내외 관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탄핵 절차가 헌재에서 막판 승부로 치달을 때, 누가 진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지, 누가 반국가적 행위를 일삼는 세력인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과정이 길어도 좋고, 복잡해도 상관없다. 시간과 과정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는 더 단단한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복잡한 서사 속에서 국가의 근본 틀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종중(從中), 즉 친중(親中)으로 기울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동아시아 곳곳에 중첩된 긴장 지점을 일거에 흔들 수 있다. 미국과 서방은 한국을 미·일·대만으로 이어지는 역내 안정의 핵심 축으로 간주한다.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대중(對中) 기술 차단과 공급망 재편 노력은 심각한 난관에 부딪히고, 첨단 기술과 경제적 역량이 대륙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미국과 서방이 군사 충돌 없는 ‘신냉전’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크게 위협한다. 새로운 냉전은 뜨거운 열전으로 비화될 위험이 커지고, 동아시아 대규모 전쟁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미국, 특히 트럼프 진영의 강경 외교·안보 전략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예민하게 주시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알렉스 왕(Alex Wong)과 같은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출신 인사들은 중국공산당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이 본질적으로 서방 질서 전복을 목표로 한다고 본다. 그들이 보기에는 신냉전은 미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중국공산당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장기화될 운명이다. 이때 대한민국의 행보는 미국 보수 진영, 특히 트럼프 재집권 시기에 더욱 엄중하게 해석될 것이다.
이처럼 극도로 복잡한 정세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계엄’ 논란은 미국, 특히 트럼프 진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만약 한국이 ‘종중’ 노선으로 기운다면, 즉 한국 정치·사회가 중국 중심 프레임에 잠식된다면 신냉전을 현재처럼 군사 충돌 없는 대립 구조로 관리할 수 있을까? 대중 경제 포위와 기술 차단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이라는 전략적 요충지가 흔들릴 때,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가?
지금 한국 정치는 탄핵 이후 누적된 문제, 종중 세력의 확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병들어 있고, 이 병든 정치 상황이 국제사회에 난해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면 신냉전은 ‘군사 충돌 없는 대립’이라는 관리 가능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계엄 소동은 의도했든 아니든 이 복잡하고 거대한 판 위에서 한국의 의미와 위치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냉전은 짧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여러 단계를 거치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 여정 어디에선가 북한 붕괴나 자유화 기회 같은 사건이 닥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의 선택과 정세 변화는 결코 지울 수 없는 변수로 남는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자리다.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전 세계는 윤석열 계엄 논란을 비롯한 한국 국내 정치의 미묘한 변화를 간과할 수 없다. 세계질서의 변곡점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새로운 냉전의 시대에 역사의 한 축을 세울 것인지 그 해답을 찾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우리가 한국이 던진 화두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방 세계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갈등이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라는 마지막 심판자가 존재하며, 국회와 사법부라는 견제 장치가 활발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권력 남용이나 독재 체제로의 회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러한 헌정적 긴장 상태는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과정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대한민국은 더욱 견고한 민주적 근육을 갖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서방 세계가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민주적 제도와 헌법적 가치에 뿌리내린 한국은 궁극적으로 자유와 법치를 향한 장대한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믿어달라”는 호소의 진정성이 증명되는 그날,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헌법의 궤도를 따라 달리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견고한 토대 위에서 재확인되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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