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선박 70% 이상이 미국, 이용료 인상에 대해서도 항의
현재 홍콩에 본사 둔 기업이 관리…중국 기업들 항구 인프라 참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운영권 반환을 거론한 가운데, 파나마 운하에 드리운 공산주의 중국의 그림자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 연설한 데 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결코 잘못된 이의 손에 넘어가게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나마 운하에 미국 국기가 휘날리는 이미지와 함께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파나마 정부는 최근 운하를 이용하는 미 해군과 상업용 선박 해운회사를 상대로 통행료를 인상했으며, 중국과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건설한 것”이라며 “이를 파나마에 넘겨준 것은 미국의 관대함을 상징하는 사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파나마 운하를 미국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미국은 파나마에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운하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나마 운하는 미 해군의 신속한 배치와 이동, 미 항구를 향하는 상업용 선박 이동에 매우 중요하다”며 “110년 전 3만8천 명의 미국인 남성의 목숨을 희생하며 건설한 운하”라고 설명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에 건설된 길이 약 82km의 운하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다. 1880년대 프랑스가 건설을 시도했으나, 워낙 어려운 공사에 인부 사망 사고와 말라리아 전염 등이 겹치면서 실패했다.
운하 건설이 재개된 것은 1910년대 미국이 뛰어들면서부터다. 미 육군 공병대가 공사를 맡았고, 말라리아 감염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조치를 병행하며 1914년 8월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인명 피해도 대량으로 발생했지만, 미국은 운하 소유권과 관리권을 바탕으로 막대한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반환 요구가 제기됐고 현지 주민 저항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동관리 기간을 거쳐 1999년 운영권을 파나마에 이양했다.
연간 최대 1만4천 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이 아시아에서 자동차와 상업용 제품을 수입하는 주요 통로이자, 액화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교역로다. 미국의 선박들은 파나마 이용 선박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나마가 부과하는 수수료가 터무니없다”며 “미국에 대한 이러한 완전한 ‘강탈’은 즉각 중단될 것이다. 우리는 파나마 운하의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마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는 22일 “파나마의 독립성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중국은 운하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파나마가 부과한 통행료에 대해 “변덕스럽게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청쿵(CK) 허치슨 홀딩스 자회사가 관리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각각 운하 양측 입구에 위치한 항구를 운영해왔다. 또한 중국 국영기업들과 항구 인근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자신의 정책과 반대되는 외국 정부나 단체에 주저 없이 사전 경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취임 후 미국의 외교 정책이 어떤 뱡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RFA는 트럼프가 통행료 문제를 거론했지만, 파나마 운하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면 중국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경고의 핵심 메시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