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향한 전농 트랙터에 ‘대북 제재 해제’ 현수막…왜?

남창희
2024년 12월 22일 오후 8:26 업데이트: 2024년 12월 26일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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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대북 지원용 제품 추정…당시 붙인 현수막 그대로
시위대 12조 요구안엔 “군대·경찰·국정원 혁파” “16세 참정권” 등 포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투입한 트랙터가 실제 농업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시위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농기구 업체 관계자라고 밝힌 한 인물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생각이 났다”며 “2019년 4월 전농에서 전액 현찰로 중형 트랙터 50대를 사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모두 사진과 같은 스티커를 붙이고 도라산까지 갔었다”며 “(이번 시위에) 왜 5년 전 모델이 나오나 했다. 상태가 5년 된 중고 치고는 너무 새것 같아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티커도 그대로인 것을 보니 작업용으로 쓴 적이 없는 기대(기체)같다”며 대당 수천만 원인 트랙터 수십 대를 현찰로 구매한 전농의 “막강한 자금력”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전농은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 5월 북한에 트랙터를 보내려 했으나 유엔 대북 제재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전농은 트랙터에 ‘대북 제재 해제’, ‘우리 운명 우리가 결정’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붙여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주차장에 세워뒀다가 일부를 도라산역 물류창고로 옮겨 보관해왔다.

농기구 업체 관계자가 지적한 ‘스티커’가 바로 이 현수막을 가리킨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전농의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 동원된 트랙터 중 일부에는 ‘대북 제재 해제’라는 현수막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아래 사진).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와 트럭 수십 대를 몰고 상경 행진 중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농민들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남태령고개로 향하고 있다. 2024.12.21 | 연합

전농 트랙터 시위대는 16일 각각 전남과 경남에서 출정식을 갖고 출발해 19일 충남 공주에서 추가 인원이 합류하면서 트랙터 약 30대와 화물차 약 50대로 불어났다.

파주 도라산역에 보관 중이던 트랙터들이 언제, 어떻게 경남 혹은 전남 등지로 이송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트랙터에서 확인된 ‘대북 제제 해제’ 현수막이 흙바닥 등을 파헤치는 버킷(삼각형의 커다란 바가지 모양 기구)에 붙었음에도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에 해당 트랙터가 ‘농민 시위’에만 동원되는 용도가 아니냐는 업체 관계자의 의혹에 무게감이 실린다.

이번 트랙터 시위는 전농 구성원으로 결성된 ‘전봉준 투쟁단’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출정식과 함께 ‘폐정 개혁안 12조’도 발표했다. 국내 대부분 언론에서는 12조의 내용 일부만 추려서 전하고 있으나 충청 지역 매체인 ‘보령시장신문’이 공개한 12조는 다음과 같다.

▲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을 구속 처벌한다.
▲ 내란동조 ‘국민의 힘’ 해체하고 그 당의 국회의원은 전원 사퇴시킨다
▲ 군대와 경찰, 국정원 등 무력, 공안기구를 민주적으로 혁파(革罷·낡은 것을 없애다)한다
▲ 농산물 최저가격제 시행, 공정가격 실현으로 농민의 생존과 존엄을 보장한다
▲ ‘경자유전’의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하여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준다
▲ 개방농정 철폐, 기후재난 대응 국가책임농정으로 식량주권을 실현한다
▲ 노동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
▲ 재벌개혁, 대기업 경제력 집중 해소하고 중소영세상인 생존권을 보장한다!
▲ 이태원참사, 채상병 등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규명한다!
▲ 여성,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철폐한다!
▲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고 청년정책을 우선한다!
▲ 불평등조약 및 종속외교 청산하고 자주권 실현하여 한반도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자!

전농은 1990년 4월 농민운동단체로 설립됐으나, 대북지원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으며 정치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해제를 요구하고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2014년 북한 추종을 이유로 헌법재판소 정당해산심판에 의해 해산), 진보당 등을 지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