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재력가, 자금력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 확대
앞서 공화당에도 “2026년 선거 재선 원하면 자금 지원” 제안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는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민주당을 향해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20일(현지시각)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더 힐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저녁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오는 2026년 중간선거를 겨냥, 민주당 온건파 인사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아…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온건파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걸 깜빡했다. 그렇게 해야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 이 멍청이 같은 사람들을 없앨 수 있을 테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오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욕 등 민주당 우세 지역의 현직 의원들을 겨냥해 온건파 인사들에게 도전할 것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미 트럼프와의 협력을 통해 정부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머스크가 일종의 정계 개편을 시도하는 셈이다.
머스크의 이 메시지는 또 다른 이용자가 올린 민주당 리처드 닐 하원의원의 영상에 대한 답글 형태로 작성됐다.
하원 재정위 위원장을 지낸 닐 의원은 여전히 재정위 고위 위원으로 재직하며 미국 정부 예산안 편성과 심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닐 의원은 ‘추가 임시예산안’과 관련해 최근 불거진 머스크의 입김을 맹비난했다.
그는 머스크가 선출된 공직자가 아니면서도 의회의 활동을 트위터에서 사사건건 트집 잡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 관련 문제로 그의 위협에 굴복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머스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찬성으로 통과된 ‘추가 임시예산안’에 반대하면서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진 하원·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당해야 마땅하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2026년 선거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후, 이번 게시물을 통해 민주당에도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즉, 세계 최고 부자로서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자신의 입장에서 ‘국익에 반하는’ 의원들을 쫓아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닐 의원은 머스크의 위협에 대해 “모두 내가 항상 준비돼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재정위 민주당 계정 역시 머스크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하지만 머스크의 게시물은 81만 회 이상 조회되며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엑스 이용자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급진적 정치인들을 쫓아내겠다는 그의 주장에 환호했다.
한 이용자는 “민주당에서는 범죄자를 풀어주자는 워크(woke·깨시민) 세력을, 공화당에서는 푸틴을 옹호하는 인사들을 쫓아내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위해 2억 5천만 달러(약 3600억원)를 지원했으며, 자신의 정치자금후원단체인 아메리카 팩(PAC)을 통해 2026년 중간선거 때까지 공화당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