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중국계 미국인 천진핑(陳金平·61)은 18일(현지시각) 미국 동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미국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외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시인했다.
검찰은 재판 후 성명에서 “오늘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경찰을 대리해, 뉴욕시 중심부에 비밀 경찰서를 설립하는 국제적 탄압 계획에 가담한 인물이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천씨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진술했다. 그는 중국어로 작성된 진술서를 꺼내 “나는 고의로 그들의 외국 요원 역할을 했다”고 말했고, “그들이 누구냐”는 판사의 질문에 “중국”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9월 중국 정부 관리 지시를 받고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서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삭제했으며 당시 미국 법무부에 외국 요원으로 등록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미국은 1938년 제정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통해 자국 내에서 외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하는 모든 이들을 법무부에 등록하고 활동 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천씨는 같은 혐의를 받는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과 함께 지난해 4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중국 반체제 활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을 추적, 탄압할 목적으로 비밀경찰서를 설치한 혐의와 중국 공안부 관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삭제한 사법 방해 혐의를 받고 있으나, 루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2022년 12월 중국 당국이 전 세계 53개국에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당 조직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위한 민원 서비스 제공 창구로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검찰은 뉴욕에 설치된 중국 비밀경찰서를 통해 최소 1차례 이상, 중국 관리들이 미국 내 반체제 인사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전화와 메시지를 통해 괴롭히도록 지시했다며 비밀 경찰서가 맞다고 발표했다.
이를 미국에 대한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미국에 정착한 이주민 커뮤니티에 대한 외국 정부의 압박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중국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위원회(HRIC)’ 사무국장 저우펑룩은 RFA에 “천진핑의 유죄판결은 중국 해외 경찰 조직의 총제적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라며 “미국 사법부가 중국 공산당의 해외 활동에 단호하게 반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중국 스파이 조직에 대한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뉴욕 주지사 비서실 차장까지 올랐던 린다 쑨이 공산당 비밀요원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쑨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내부 문서를 중국에 넘기고 중국 관리들을 지원했으며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하와이 호화 콘도와 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한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8월에는 민주화 운동가로 위장한 중국 간첩 왕쉬쥔(76)이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한 왕씨는 중국 민주화 단체를 설립하고 지역 사회 유지 노릇을 했으나 이런 신분을 이용해 내부 정보를 중국에 빼돌려 왔음이 드러났다.
한편, RFA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천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법치 국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