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달 외국인 자금 유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의 영향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를 인용해, 중국 자본시장에서 11월에만 457억 달러(약 65조6천억원)가 순유출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발생한 국경 간 자금 흐름은 유입이 1889억 달러, 유출이 2346억 달러로 기록됐다. 들어온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는 10월에 258억 달러가 유출된 이후 자본시장에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침체,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 어려움에 빠진 경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지난 9월 말부터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잠시 주가가 반등했지만 곧 기세가 꺾였고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직면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중국 경제와 당국의 대처 능력에 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유럽 선두권 금융기관인 BNP 파리바는 이용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의) 회복 모멘텀이 2025년 1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표한 경기 부양책의 실행 속도와 규모, 그리고 미국 관세의 부과 시기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12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주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심리가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내수 전환이 늦어지는 가운데 버팀목인 수출마저 악화되면 중국 경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일본 미즈호 은행의 아시아 외환 전략가 켄 청은 “미국 달러의 수익률 우위로 인해 아시아 통화 전반에 압박이 예상된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금리 차이로 중국의 자본 유출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당국은 지난 8월부터 일일 외국인 거래 데이터 발표를 중단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국경 간 자금 흐름을 통해 자금 유입과 유출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사가 선호하는 지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화 유출은 지난 10월 50억 달러(약 7조원)에 그쳤으나 11월 390억 달러(약 56조원)로 증가했다며 로이터 분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외국 기관의 중국 국채 보유액이 2조800억 위안(약 409조 9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역시 외국 자본 유출을 시사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