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이론지 ‘치우스’, 올해 1월 시진핑 연설 돌연 공개
시진핑 “내부 모순 불거져, 칼날 내부로 돌려야” 당부
앞서 해방군 기관지는 권력 1인 독점 반대하는 시리즈물 연재
전문가 “중공군 고위층, 집단지도 복원 요구하며 시진핑에 도전 “
중국 군부와 시진핑이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들이 시진핑의 1인 독재 체제를 우회 비판하며 집단지도 체제 복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시진핑은 “칼날을 내부로 향해야 한다(刀刃向內)”며 이러한 외침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탕칭, 친펑 등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실린 시진핑의 기고문 ‘당의 자기 혁명을 심화하자(深入推进党的自我革命)’에 주목했다. 이 글은 기사가 발행된 18일 오후까지도 치우스 온라인판 최상단에 고정돼 있다.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는 때때로 시진핑의 과거 연설문을 싣기도 하면서 시진핑을 대신해 정국 방향성을 설명하며 공산당원들을 사상(思想)적으로 단속해왔다. 중대한 위기 국면에서는 시진핑이 직접 기고문을 발표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기고문에서 시진핑은 “세계 최대 마르크스주의 집권당”인 중국 공산당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기 혁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문제점 7가지를 나열했다. 그 첫 번째가 “당중앙의 중앙집권적, 통일적인 영도를 견지하는 것”이었다.
또한 시진핑은 “우리는 상황과 임무, 외부 환경이 변하고 당원들도 변화함에 따라 당내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모순과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칼날을 안으로 향하는 용기”를 당부했다.
당중앙은 중국 공산당(중공) 중앙위원회를 가리킨다. ‘중공중앙’이라고도 불린다. 당중앙은 당(黨)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압도하는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 조직으로 205명의 중앙위원과 그 외 후보위원으로 구성된다.
중앙위원 중 24명만이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추려지고, 다시 이들 중 7명만 최고 권력그룹인 상무위원에 오른다. 시진핑 역시 7명의 상무위원 중 하나인 서열 1위 총서기 겸 군사위 주석이다.
즉 시진핑이 말한 “당중앙의 중앙집권을 견지하라”는 결국 중공의 1인자인 자신의 권력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촉구하는 의미라는 게 에포크타임스 중국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시사 평론가 탕칭은 “이 글은 원래 올해 1월 시진핑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에서 한 연설인데,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며 “‘자기 혁명’을 30회 언급하면서 당내 갈등 해소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기위는 중국 공산당의 간부 감찰기구다. 탕칭은 “시진핑은 집권 3기에 성공하며 강력한 권력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다”며 “중기위에 칼을 안으로 향하라고 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 친펑도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에 최근 게재된 일련의 기사 4편을 거론했다.
해당 기사들은 ‘자발적으로 민주 집중제를 견지하는 모범이 되자’는 제목으로 발표된 시리즈물이다. 지난 4일 발표된 1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편이 공개됐다.
기사별 소제목은 1편 ‘당성(黨性)이라는 원칙을 앞장서서 견지하다’, 2편 ‘집단영도를 앞장서서 견지하다’, 3편 ‘당내 민주주의를 앞장서서 발양하다’, 4편 ‘수뇌부의 단결을 앞장서서 수호하다’이다.
친펑은 이 시리즈의 핵심 논조를 ‘민주’, ‘집단영도(집단지도 체제)’로 짚었다. 그는 “해방군보는 이미 4편이나 발행한 이 시리즈를 당분간 계속할 것 같다”며 “그만큼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해방군보는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2015년만 해도 ‘군사위 주석 책임제’라는 논조를 내세웠다. 군은 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의 명령만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한 이후 공개한 이번 시리즈에서는 ‘집단영도’, ‘민주’로 논조를 전환했다.
친펑은 “집단지도 체제는 중공의 오랜 전통”이라며 “해방군보의 시리즈물은 개인이 집단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즉, 시진핑이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부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3편에서는 “리더 그룹의 최고 리더는 여러 목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조율하는 데 능숙한 지휘자여야 한다”는 시진핑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그래야만 리더 그룹의 의사결정이 객관적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장악한 시진핑을 비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친펑은 “이 글에서는 서기가 당조직의 리더이기는 하지만 위원들, 구성원들과 동등한 관계이며 최종적 결정을 독단으로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의 이번 시리즈물이 중앙군사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른 방증도 제시했다. “1년 전만 해도 해방군보 등 해방군 매체들은 ‘시진핑 사상’을 강조하며 시진핑에 대한 군의 충성심을 독려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북부전구, 중서부전구 등 수도 베이징 지역을 담당하는 군의 사상학습 관련 기사를 보면 ‘반성’, ‘개혁과 혁신’ 등이 강조되며 더 이상 시진핑 사상이 언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은 집단지도, 당내 민주주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1인 독재 체제에 대한 거부다. 중공의 권력은 군권에서 비롯되는데, 군부에서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신호가 부쩍 증가했다”고 논평했다.
탕칭은 “시진핑은 지난 수년간 많은 군 장성을 숙청했다. 반부패를 하면 할수록 부패가 더 심각해지고 시진핑의 권력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