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워게임 연구소는 중국과 대만의 충돌을 가정한 워게임(Wargame·전쟁을 컴퓨터 게임하듯 시뮬레이션한 게임)을 실시한 결과,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과 중국 간 핵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상자가 수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12월 13일 발표된 CSIS-MIT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워게임은 2028년 중국 공산정권의 대만 상륙 침공 상황을 가정했다. 15차례 진행된 시뮬레이션은 재래식 무기로 시작됐으나, 미국과 중국 팀은 각각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수 있었다.
15회 중 8회가 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졌으며, 중국팀이 처음 일곱 차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CSIS 국방안보부 수석고문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저자인 마크 캔시안은 보고서 발표 행사에서 “재래식 전장에서 한쪽이 치명적인 패배에 직면했다고 판단할 때 핵무기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캔시안은 또 “핵무기로 무장한 적과 맞설 때는 중국공산당 체제 전복이나 중국의 무장 해제와 같은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15차례의 시뮬레이션에서 다음과 같은 5가지 유형의 결과가 도출됐다. ▲패배한 중국군이 대만에서 철수하는 조건의 휴전 ▲중국이 대만 내 거점을 확보하는 조건의 휴전 ▲대만 내 중국군은 전멸했으나 대만이 공식적인 독립 선언을 하지 않기로 합의 ▲수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면적 핵전쟁 ▲휴전 협정이나 핵전쟁 없이 교착 상태 지속 등이다.
이번 CSIS-MIT 워게임은 지난해 1월 발표된 CSIS의 이전 워게임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당시 시뮬레이션에서는 핵무기 사용은 옵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미국과 대만 양측 모두에 막대한 인명과 물적 손실이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중국공산당은 한 번도 통치한 적이 없는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사실상 독립국인 대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관료, 군대, 헌법을 갖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 내에 거점을 확보하게 될 경우, 중국군(공식 명칭은 인민해방군)이 이 지역에서 병력과 보급을 증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만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전력 현대화
MIT 국제연구센터의 수석 연구원이자 이번 보고서의 또 다른 공저자인 에릭 헤긴보텀은 발표 행사에서 “중국의 초기 핵 공격은 주로 대만 내 작전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팀 중 누구도 중국의 핵무기 사용에 직면해 단순히 포기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헤긴보텀에 따르면 미국의 서로 다른 대응이 각기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미국 측이 재래식 무기로 계속 싸우려 한 시도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추가 핵무기 사용을 초래했다”며 “중국 도시들에 대한 미국의 핵 공격은 분쟁을 전면적 핵전쟁으로 확대시켰다”고 부연했다.
이번 워게임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미국의 핵 능력 우위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헤긴보텀은 “미국의 핵 우위는 중국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첫 핵무기 사용 이후의 핵 협상에서도 특별히 유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핵전력 현대화 계획을 실행해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핵무기를 확장하는 것은 중국과의 분쟁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노후화된 미니트맨III 핵미사일을 LGM-35A 센티넬이라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
아울러 ‘B-21 레이더’라는 새로운 이중 용도 침투 타격 스텔스 폭격기를 최소 100대 도입하는 등 전력 현대화를 진행 중이다.
중국 역시 핵무기 증강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중국이 현재 500기 이상인 핵탄두 보유량을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양측이 핵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미국이 중국에 제시할 수 있는 ‘체면을 살려주는 출구 전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헤긴보텀은 “워게임에서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가 발생했다”며 “분쟁 중 어느 시점에서 출구 전략이 제시되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양측이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다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구 전략을 고려할 때 계획 수립자들은 미국의 중요한 목표는 달성하되, 적에게 최소한의 체면을 살리면서 분쟁에서 빠져나갈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때때로 고립된 중국군 병사들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대신 철수를 허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