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내년 사업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며 세계 시장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이날 전략회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전사와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18일은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가, 오는 19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각각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메모리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사업에선 대만 TSMC에 부동의 1위 자리를 각각 내줬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도 사업을 대비하고자 수조 원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한진만 DS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진용을 새로 꾸렸다. 파운드리 사업이 고객 수주 사업인 만큼 한진만 사장이 미국에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부진했다”며 “AI 시장 확대로 급성장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것이 가장 큰 타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삼성전자에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당시 언급한 ‘반도체법’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때부터 ‘반도체 보조금 축소’를 시사했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불황 기류가 감지됐다. AI(인공지능)용을 제외한 범용 메모리의 수요는 여전히 저조하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글로벌 파운드리 부문 선두를 달리는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가 삼성전자가 최근 업계에서 고전하는 데 대해 자기 생각을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모리스 창 창업자는 지난 9일 자서전 출간 기념행사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기술적·전략적 요인과 함께 최근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도 삼성전자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중 모리스 창 창업자가 언급한 삼성전자의 기술적 및 전략적 요인은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의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