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CEO’ 발탁하는 재계…글로벌 사업 확대 본격화

재계가 ‘외국인 CEO(최고경영자)’를 발탁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준비하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대표 방산업체 레오나르도 사장 출신 인사를 해외사업 총괄로 영입해 이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쿨터 내정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미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쿨터 내정자는 최근까지 글로벌 방산 기업인 레오나르도 DRS에서 사업개발 부문 수석부사장을 맡았다. 그는 앞서 미국 방산기업인 제너럴다이내믹스에서도 글로벌 사업개발 업무를 총괄한 이력을 보유하기도 했다. 더욱이 쿨터 내정자는 기업 합류 이전엔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등 미군 핵심 보직을 수행했다.
쿨터 내정자는 “글로벌 방산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 설루션을 통해 자유세계를 수호한다는 한화 방산의 비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한화그룹보다 앞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 최근 인사를 발표한 현대차는 스페인 국적의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창사 이래 첫 외국인 CEO의 탄생을 알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무뇨스 사장을 CEO로 선임한 배경으로 국제경제 정서에 주목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가성비 높은 중국 전기차의 공습과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 철폐와 모든 상품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비춰볼 때 현대차는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고자 무뇨스 사장을 CEO로 선임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LA 오토쇼에서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 계획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결정한 것”이라며 “현대차만의 계획대로 미국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차 공습에 대해선 “(중국보다)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고객들이 ‘최고의 퀄리티’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현대차는 무뇨스 CEO의 후임자로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CEO(최고경영자)를 북미권역본부장에 선임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파커 CEO는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중요한 판매 성장을 이끈 전문가다. 현대차 합류 전 제너럴 모터스(GM)에 근무하며 30년 이상 자동차 산업 경력을 이어 갔다. 지난 2019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전국 판매 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21년 2월에 시니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