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초강경 대중(對中) 매파로 채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에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중국 주재 대사엔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 UN 주재 대사에는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중국공산당의 만행을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과거에 했던 발언을 살펴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이 어떠할 것인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여기선 마이크 왈츠, 마르코 루비오, 피터 나바로의 발언을 조명한다.
먼저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주) 마이크 왈츠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의회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그는 연방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전면 보이콧을 주장했다. 그는 보이콧의 근거로 중국공산당의 위구르족 제노사이드와 강제수용, 그리고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노예화, 강제노동, 수용소 운영 등을 꼽았다.
왈츠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1823년 발표한 먼로 독트린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로 독트린은 외국 세력이 중남미를 포함한 미주 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잠재적 적대행위로 간주하며, 미국이 나서서 막겠다는 정책이다.
왈츠는 “플로리다에서 100마일 떨어진 쿠바에 중국 스파이 기지가 있고, 파나마 운하의 카리브해 쪽 항구가 중국 소유이며, 허리케인 도리안 이후 바하마에서는 부채 외교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대사조차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공산당의 정교한 스파이 활동을 고려할 때 이는 우리 나라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특별히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먼로 독트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 마르코 루비오 역시 재임 기간 내내 중국공산당을 경계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활동했다. 그는 “공자학원은 중국공산당의 선전기관”이라며 플로리다의 각급 학교에서 공자학원을 추방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고, 연방 차원에서 이 일을 하게 하려고 법안도 발의했다.
루비오는 지난해 1월 3일, 워싱턴 DC에 본사가 있는 보수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The American Conservative)’에 ‘미국의 재생을 위한 나의 계획(My Plan for American Renewal)’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그는 소위 전문가 중 상당수가 냉전 이후에 성장해서, 모든 국가가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게 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테러리스트나 이란, 북한 같은 불량국가로부터의 위협만을 위협이라 인식하고, 정작 중국공산당이 제기하는 위협에는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이 공산주의 중국에 맞서는 중요한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우리도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으로의 미국 자본 유입 차단 ▲중국의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지적재산권 보호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핵심 공급망 이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군사 자산 이동 등을 제안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로서 경제학과 공공정책을 가르치는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2016년 12월 22일 자 보도에 따르면, 나바로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으로 임명된 뒤 중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는 비열하고, 기생적이며, 잔인하고, 난폭하며, 저속하고, 냉혹하며, 부도덕하고, 무자비하며, 완전히 전체주의적인 제국주의 세력이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암 공장, 가장 많은 선전물을 쏟아내는 공작소,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경찰국가이자 감옥을 통치하고 있다.”
나바로는 2006년 출간한 그의 저서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The Coming China Wars)>에서 중국을 “내장을 뒤틀리게 하고 땀에 절은 공포의 역겨운 악취가 공기 중에 감돌며, 근시안적이고 부패하고 무능한 공산당 관료들이 지배하는 끔찍한 나라”로 묘사한다. 트럼프는 이 책을 중국과 관련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았다.
나바로는 “중국 정부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서 만든 오염되고 결함투성이의 발암성 수출품들로 미국을 범람시켜 미국의 공장들과 삶을 모두 파괴했다”고 분노하며 미국 정치인들은 이 문제가 전면적 충돌로 번지기 전에 “중국 문제를 공격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2011년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을 바탕으로 한 2012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바로는 미국의 5만 7천 개 공장과 2천5백만 개의 일자리 상실의 책임을 베이징에 돌린다. 이 영화는 “억압적인 공산당 정부가 이제 미국 시민들과 중국 시민들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바로는 2016년 7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잔혹하고 권위주의적인 공산당 정권”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황폐화했는지를 설명하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중국을 ‘굶주린 폭력배’로 묘사하면서 “‘베이징이 무역을 통해 우리 나라를 강간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중국의 무역 정책이 미국의 경제 중심부에 가한 피해와 대학살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지금 중국이 미국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와 무역정책을 좌우할 핵심 3인방은 중국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향후 중국과의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을 “좋은 친구”라며 다음 달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지만, 시진핑의 수락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