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레이 국장 “물러나는 게 옳다고 판단”
트럼프 “법무부 무기화 끝…미국에 좋은 날”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사임한다.
FBI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레이 국장이 FBI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현 행정부 집권이 끝나는 내년 1월께 사임하겠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아직 임기가 2년 반 남은 레이 국장이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이 후임 국장에 새 인물을 지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변인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몇 주간 숙고한 끝에 현 행정부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만 일하고 물러나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미국 대통령 임기(4년씩 두 차례)보다 길다. 레이 국장은 2017년 8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며 뒤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도 계속 재직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FBI는 러시아 대선 개입설, 트럼프와의 공모설 등에 관한 수사를 지속했다. 특히 지난 2022년 8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사저 압수수색을 단행해 트럼프의 큰 반발을 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4년간 바이든 행정부와 FBI 등 사법당국이 정치 탄압을 위해 사법 부문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레이 국장의 사임 결정을 환영하며 “법무부의 무기화를 끝냈다. 미국에 있어서 좋은 날”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미국인)는 FBI를 되찾고 싶다.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신임 FBI 국장으로 내정한 캐시 파텔의 상원 인준을 촉구했다.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의 파텔 FBI 국장 내정을 두고 ‘FBI의 중립성’을 빠짐없이 거론하고 있다. 파텔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FBI가 트럼프 집권 1기 때 특검의 ‘러시아 공모설’에 따라 2년 이상 “확증 편향적 동기”로 수사를 진행하고서도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망각한 접근 방식이다. “확증 편향적 동기”란 FBI에 대한 특검을 진행한 존 더럼 특별검사가 FBI 수사를 지적하며 쓴 표현이다.
국내 언론들이 파텔 관련 기사에 ‘정치 보복’을 꼬리표처럼 붙이는 것 역시 FBI가 지난 수년간 트럼프를 겨냥해 정치 보복식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파텔 인선과 관련해 ‘음모론’을 거론하고 있다. 그가 트럼프의 ‘딥스테이트(정부 조직에 숨은 정치세력) 청산’ 주장을 강력하게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텔이 딥스테이트 청산에 열의를 보이는 것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법 시스템의 성실성, 책임성, 공정성을 회복하고 FBI를 (정치적 도구가 아닌) 미국인을 보호하는 원래의 사명에 충실한 기관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원들은 FBI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거듭 비판해 왔다.
다만 레이 국장은 지난 2023년 하원 청문회에서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었다”며 “내 개인적 배경을 살펴본다면, 내가 보수 인사들에게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정신 나간 것”이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