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 “자유민주주의, 인권 가치로 국제사회 연대해야”

최창근
2024년 12월 11일 오후 7:22 업데이트: 2024년 12월 11일 오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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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3회 국제 평화의 날 세미나가 12월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됐다. 한국티베트공동체가 주최하고 자유아시아연대가 공동 주관한 행사에는 롭상 상가이(Lobsang Sangay) 전 티베트 망명정부 정부수반이 연설했다.

롭상 상가이는 1968년 인도 다르질링 태생으로 인도 델리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 석사(LLM)와 법학 박사(SJD)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티베트인이다. 이후 법학자로서 티베트 인권 활동을 위해 활동했고, 2011년 4월 티베트 망명정부 정부수반으로 선출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했고 2021년 5월 퇴임했다.

공식 명칭 ‘달라이 라마 성하의 중앙티베트행정부(The Central Tibetan Administration of His Holiness the Dalai Lama)’인 티베트 망명정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듬해 벌어진 중국의 티베트 침공 9년 후인 1959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무수리에서 성립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1960년 5월,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 다람살라의 강첸키숑으로 천도해 오늘에 이른다. 국제사회에서 공식 정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만 달라이 라마(Dalai Lama) 14세의 명성에 비례해 국제적 위상은 무시할 수 없다.

성립 후부터 달라이 라마를 제정(祭政)일치 지도자로 한 전제군주제였던 티베트 망명정부는 2011년부터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체제로 전환했다. 달라이 라마 14세(텐진 갸초)를 명목상 국가원수로 하는 입헌군주제하 의원내각제 정부 형태이다. ‘망명 티베트인 헌장’으로 불리는 헌법이 존재하고 사법부·입법부·행정부가 독립된 3권 분립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무총리(정부수반)에 해당하는 시쿙(sikyong) 산하에 △종교·문화부 △내무부 △재무부 △교육부 △보안부 △정보·국제관계(외교)부 △보건부 등 7개 중앙 부처가 있다. 장관에 해당하는 칼론(Kalon)들이 업무를 총괄하고 사무차관(Secretary)이 보좌한다. 사법부에 해당하는 최고법무위원회가 있고 티베트망명의회도 존재한다. 단원제 의회는 임기 5년인 45인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롭상 상가이는 티베트 망명정부 전직 ‘시쿙(Sikyong)’으로, 시쿙은 ‘최고 정치지도자’를 의미하는 티베트어이다. 실질적인 최고 통치자 의미를 담았다. 한국어로는 ‘대통령’ ‘총리’ ‘정부수반’ 등으로 번역 가능하다.

롭상 상가이는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 ‘인권’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탄압받는 티베트의 오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내일이 될 수 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 사회의 티베트에 대한 관심과 지지, 가치에 기반한 연대도 강조했다. ‘에포크타임스’는 롭상 상가이 전 티베트 망명정부 정부수반의 연설을 독점 게재한다.

눈물과 희망의 땅, 사라져 가는 티베트의 진실

먼저 달라이 라마 성하(聖下)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한국 고승대덕(高僧大德), 더불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 한국과 티베트, 각국에서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신분들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세계 인권의 날’인 매년 12월 10일은 달라이 라마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먼저 달라이 라마에 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헌신하고 있는 네 가지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 티베트인에게 있어서 달라이 라마는 빛이나 영혼 같은 존재입니다. 티베트인은 달라이 라마가 부처님의 현신이라 믿습니다. 한국의 많은 불자(佛子)도 자비로운 부처님, 자비로운 보살에 대한 신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첫 번째 헌신은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비, 친절, 자애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를 행하고 수행할 때 자신과 가족, 나아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 전체에 유용하고 이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를 행할 때 우리 스스로 평화를 지향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사업가라면 단순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번영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가라면 당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교사라면 자신의 경력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진심으로 염려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자비와 친절이 있다면 타자(他者)를 더 많이 생각할 것입니다. 이는 당신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행복하며, 더 큰 평안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적을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민이다.”라는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나쁜 말을 했을 때 그 사람은 당신이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질 것이라 예상할 것입니다. 만약 누가 자신에게 언짢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로부터 스트레스받고 잠을 못 자고 식욕도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끼면 우리는 스스로 좀비 같다고 느끼게 됩니다.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나쁜 말을 해도 스스로 자비와 친절을 바탕으로 미소를 띠고 대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기에 기반한 자비는 우리 인간이 갖춰야 덕목이지만 특히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덕목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의 성공이나 목적 달성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다른 이들이 번영하게 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10년 동안 티베트 망명정부 정부수반으로 재임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많은 부침이 있었고요.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제가 하는 일을 비판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마음의 번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달라이 라마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비난할 때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 다른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당신을 칭찬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칭찬할 때 너무 우쭐대지 말라. 다른 어딘가에서는 당신을 비난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라고도 말씀했습니다. ‘너무 높이 올라 가지도, 너무 낮은 곳으로 떨어지지도 말라.’, 즉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평정심은 열반(涅槃)이나 깨달음에 이르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모든 종교가 사랑과 친절 같은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말씀합니다.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고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했죠. 나의 종교, 당신의 종교, 그들의 종교가 아닌 ‘우리 모두의 종교’여야 하며 본질은 사랑, 자비, 친절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종교 간 화합을 설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몸소 다양한 종교의 전당을 찾습니다. 개신교 교회, 천주교 성당, 이슬람교 모스크, 유대교 시나고그(Synagogue) 등 각 종교의 성지를 방문합니다.

세 번째 달라이 라마의 헌신은 티베트인으로서 헌신입니다. 티베트인으로서 자국의 문화, 문명, 언어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티베트 문명·문화는 천 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지녔습니다. 불교에 기반한 것으로서 자비, 자애 등의 가치를 명시적으로 보여 줍니다. 네 번째 달라이 라마의 헌신은 이러한 자비, 자애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어린이의 친절이나 자비를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큰 영향을 주고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더 나은 성인이 되고 더 나은 지도자가 되며, 이로써 세상이 나아진다는 이치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미 포기했다. 이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싸워왔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이하 유소년기 세대의 가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티베트 문제, 티베트가 당면한 현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습니다. 약 36시간을 체류했는데 그동안 키이우에 미사일이나 드론이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제가 키이우에 도착한 첫날 드론 공격 소식을 TV에서 접했습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하 대피실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호텔방에서 식사하고 수면에 드는 것이었죠.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다행히 드론이 저를 공격하지 않았고 오늘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제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간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저술 활동도 합니다. 제가 우크라이나에 간 근본 이유는 저의 연대(連帶)를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루에 수백 명, 수천 명이 죽어가는 곳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36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저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에 온 이유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티베트불교 승려 상보 스님께서 1년 넘게, 한국에 와 주십사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한국티베트공동체에서 저를 여러 차례 초청했습니다만 제가 일정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싱가포르 방문 일정을 조금 단축하고 한국의 서울에 오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계엄령 선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조금 긴장한 채  인천국제공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밤 10시경 도착해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데 교통 체증으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요. 오늘 아침에는 경복궁과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한국 수도 서울은 아주 평화로웠습니다.

오늘날 ‘한국’을 모르는 세계인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BTS를 비롯한 K-pop,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2006년 제가 첫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한국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혹은 인지도 높은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에 기반합니다. 대중문화가 소프트파워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민주주의입니다. 지난날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투옥되고 희생됐습니까? 경탄할 일이라 봅니다.

한국 지도자들은 늘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티베트에 대해서는, 티베트의 민주주의와 인권 이슈에는 말을 아낍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그곳에 가서 저의 연대를 표현했을 뿐입니다. 한국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조그마한 나라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요. 설령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최소한 한국 지도자는 연대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설령 티베트 상황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티베트인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당신이 티베트와 티베트 민중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이 스스로 말하듯 민주주의와 인권에 정말 관심 있고 그것을 중시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를 지지하는 것은 중국, 중국인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오랜 문명을 지녔습니다. 티베트인은 중국인과 문제가 없습니다. 차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됩니다. “중국의 티베트 정책이 정의롭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탈북민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오늘날 티베트의 인권 유린은 북한 주민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에 해외 망명정부를 세웠습니다. 티베트인도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수립했습니다. 지난날 한국 망명정부가 겪었던 것과 유사한 고통도 겪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화 투쟁을 할 때 전 세계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여러분이 민주화 여정에서 세계인의 지지를 호소했던 것처럼 저도 지금 이 자리에서 티베트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자유를 위한 여러분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오늘날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요약하자면 중국은 티베트를 하나의 ‘지역’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티베트인을 중국인화하려고 합니다. 이른바 동화정책을 통해서 티베트 고유 문화, 언어, 전통 복장을 금지 합니다. 예를 들면 100만 명의 티베트 아이들을 이른바 기숙학교에 보냅니다. 티베트 전체 인구 600만 명 중 약 100만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을 이른바 기숙학교로 보냅니다. 학교에서는 중국 아이처럼 배우고 생각하며 행동할 것을 강요합니다. 중국 아이와 같이 자라도록 강요하는 것이죠.

다른 문제는 티베트불교의 중국화입니다. 티베트불교를 티베트어나 티베트 고유 방식으로 교육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티베트불교도 반드시 중국어로만 교육하게 하고 있죠.

중국 공산당 정부는 티베트 역사를 말살하려고도 합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티베트까지 전래된 역사를 말살하려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티베트불교 승려가 희생됐습니다. 중국이 말살하려는 것은 티베트불교, 티베트 문명, 그리고 티베트 고유의 정체성입니다.

‘프리덤하우스’에서 매년 세계 각국 인권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세계자유지수(Freedom in the World)’도 발표합니다. 세계 각국의 자유도를 수치화해서 보여 줍니다. 티베트는 자유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내전 중인 중동 시리아와 유사한 수준이죠.

티베트 여행 자유도 제한됩니다. 베이징의 언론인들도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티베트를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티베트에는 북한보다 심한 제약이 존재합니다. CCTV, 중국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이 주민을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곳곳에는 검문소가 존재하고요. 세계 최고 수준의 체계적이고 폐쇄적인 감시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곳이 오늘날 티베트입니다. 티베트인의 출국 자유도 뺏겼습니다. 99%의 티베트인이 여권 발급을 거부당했습니다.

오늘날 티베트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는 늘 “중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오늘날 티베트를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오늘날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중국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티베트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 티베트인에게 일어난 일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일이다.”라고 말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중국이 티베트인을 감시하기 위해 운용하는 각종 감시 시스템, 예를 들어 CCTV는 전 세계 70개국에 수출됐습니다. 권위주의·독재 국가들은 중국의 이런 감시 체계를 수입하여 억압적인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중국은 특정 국가와 사업을 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비즈니스부터 합시다. 우리는 당신네 나라의 인권을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도 우리의 인권을 언급하지 마세요.” 우리 티베트인은 중국과 상업 관계를 맺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비즈니스는 해야 합니다. 주지할 점은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독일 루터교회 목회자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öller)의 ‘처음 그들이 왔을 때(First They Came)’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목도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에 그들(나치)이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 후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 후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 후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 후 그들이 가톨릭교도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 후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점에서 만약 당신이 티베트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 계속해서 침묵한다면 그것이 당신의 문제가 되었을 때,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다른 모든 이들이 침묵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독재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당신은 티베트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나요?”라고 묻는다면, 위구르나 홍콩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 한국인이나 한국 정부가 말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당신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민주주의의 편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상호 연결성 속에서 존재합니다.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이 국면에서 저희 티베트인은 여러분의 지지와 도움을 청합니다.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현존 인류가 보다 나은 인류기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실제 전 세계에는 반(反)민주주의 혹은 비(非)민주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보다 많습니다.  세계에서 반민주적인 혹은 비민주적인 나라의 수가 민주적인 나라의 수보다 아직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민주주의 국가가 비민주주의 혹은 반민주주의 성향으로 바뀌는 전 세계적인 추세도 존재합니다. 권위주의 혹은 독재정부 출현이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티베트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늘 “우리 티베트인에게 일어난 일이 당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오고 있습니다. 나라들이 저희 말을 무시했죠. 한국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중부 유럽에 체코공화국이 있습니다. 국토 면적이 한국보다 작은 나라입니다. 수도 프라하를 비롯하여 체코 각 도시에는 집 창가에 티베트 국기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체코를 비롯한 유럽 700~800개 도시에서 매년 3월 10일 티베트 국기가 게양됩니다. 해당 도시 시장 주관으로 티베트 국기 게양식을 개최합니다. 일본에서는 113인의 국회의원이 티베트를 지지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20년 ‘티베트 지원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에서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인정했습니다. 망명정부 원조금 지원을 정당화했습니다. 법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환생(幻生)에 대해서는 “달라이 라마의 결정이지 중국이나 제삼자가 간섭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후계자를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공산당은 “우리는 무신론자이이며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도 합니다. “중국 내 종교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하겠다.”고도 말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비약이 있지만 중국은 “로마가톨릭교회 차기 교황도 우리가 선출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 바티칸과 중국 정부는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가톨릭교회 주교를 선정하면 바티칸은 추인한다는 것입니다. 그중 한 주교는 몽골로 파송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후 중국 내 주교들은 중국 정부가 선택하고 바티칸이 추인하는 형식으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중국은 대주교나 추기경 같은 고위 성직자 인선에 개입할지 모릅니다. 그러다 교황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제가 거듭 말씀드리는데 티베트에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은 미래에 여러분에게도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것이 티베트를 이해해야 하는 근본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지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