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주문 반도체 패키징’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신규 사업으로 정한 이번 패키징은 ‘반도체를 대신 제조하는 파운드리처럼 패키징을 위탁 생산하는 모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주문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업의 필수 장비 구매를 완료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해당 사업엔 ‘2.5D 패키징’이 추가 탑재될 전망이다. 2.5D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를 중앙에 두고 주변에 수직 적층한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배치하는 기술을 말한다. 해당 기술은 흔히 AI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래선지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2.5D 패키징 외에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FO-WLP) 등 관련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아웃은 입출력(I/O) 단자 배선을 칩 밖으로 빼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SK하이닉스가 ‘주문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나서자, 경쟁사인 삼성전자엔 긴장감이 감지됐다. 두 기업은 AI반도체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고성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성장세를 기록했다. 단 기업용 SSD 상위 5개 기업 중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시장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점유율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 분기보다 29% 증가한 32억 달러를 달성, 43.4%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다. 생산 조정으로 일부 출하 지연이 있었지만, 고용량 모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엎치락뒤치락하지만 AI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그러나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신사업을 개척하고 그 사업이 성공한다면 삼성전자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를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메모리 반도체 생산부터 파운드리까지 이뤄지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인 평택 캠퍼스로 대규모 연구 인력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흥과 화성의 반도체 엔지니어 2000명가량이 평택 기술 2동으로 이전 중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특명으로 시작됐다. 그간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