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국내 체류 재외동포 비자 제도·인식 개선’ 학술 포럼 개최

정향매
2024년 12월 11일 오전 10:03 업데이트: 2024년 12월 11일 오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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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국내 거주 재외 동포는 대한민국에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재외동포를 단순히 노무 인력으로 보는 프레임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이 12월 6일, ‘2024 재외동포정책 학술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와 지방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하며 “지난 20년 동안 시행해 온 이원화된 재외동포 국내 체류 정책(비자)이 이제는 일원화해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곽 소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체류하는 재외동포는 100만 명이 이상으로 예상된다. 정부 공식 발표로는 87만 명이지만, 한국 국적을 회복한 동포 수가 20만 명을 상회한다. 국내 체류 재외동포는 대부분 H2(방문취업)나 F4(재외동포)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H2 비자는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동포들에게, F4는 전문 직업에서 일하는 동포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H2 비자는 입국일부터 3년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F4 재발급받을 수 있어 한국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다.

2024년 7월 기준, H2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동포는 9만여 명, F4는 40여만 명으로 집계됐다. 곽재석 소장은 “우리 산업 분야에서 H2와 F4로 단순하게 나누기 어려운 직종이 늘고 있다. 직종의 경계가 많이 흐려지고 있다. 이제는 H2와 F4 제도를 통합 운영해야 할 때이다”라고 덧붙였다.

H2 비자에 대한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 체류 재외동포를 국내 단순 노무 인력을 대체할 자원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지적을 받아들여 한때 30만 명에 달했던 H2 비자 발급 대상자를 9만 명으로 줄였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신출입국 정책’을 발표했다. 우수 재외동포 인재들이 모국을 찾는 방안과 비자 개선 정책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외동포청이 국내 체류 재외동포를 위한 첫 번째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행사는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총 26명의 연사, 패널이 참석하여 국내 체류 재외동포 정책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이 재외동포 정책 학술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인사말에서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만큼, 이제는 국내 체류 재외동포들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 오늘 이 행사는 국내 체류 재외동포 정책 추진을 위한 첫걸음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체류 재외동포 정책은 법무부 등 타 정부 부처와 연계돼 있다. 구조상의 문제로 지난 재외동포재단 시기에는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이후 재외동포청으로 승격해서 구조상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지난 8월 2대 청장으로 취임한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재외동포들의 국내 정착 지원을 재외동포청의 새 아젠다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그 결과물이다.

‘국내 동포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주제의 제1세션에서는 명승환 인하대 교수(전 한국정책학회장),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 김재호 다산경제연구원 박사, 이경주 인하대 교수, 이양복 고려대학교 특임교수, 강정향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 외국인정책연구센터장이 참여했다.

강정향 외국인정책연구센터장은 “그동안 H2 비자로 체류한 재외동포가 우리 사회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감했다. 강정향 센터장은 또 “새로운 체류 정책을 만들기 전에 현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연구하는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체류 동포들이 영주권 비자(F5)를 받기가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F5 비자를 받으려면 일정한 소득과 자격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제2세션에서는 ‘국내 동포에 대한 내국인 인식 확산 방안’을 주제를 진행했다. 박우 한성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 송석원 경희대 교수, 정영순 대한고려연합회 회장, 이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 이사가 참여했다.

마지막 세션은 임영상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진행으로 ‘국내 동포 정착을 위한 정책 대화’를 주제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의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행사에는 인천광역시(디아스포라유산과), 광주광역시(외국인주민과) 등 두 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고,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대표, 임미은 선일중학교 교사, 국내 체류 동포 단체의 대표(김영수 사단법인 너머 고려인문화센터, 김호림 전국동포연합회, 김미정 중국동포연합회중앙회, 정영순 대한고려인연합회, 권경석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 유환일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차예카테리나 인천고려인엄마들단체 등 동포단체 관계자도 함께했다.

6일 열린 재외동포 정책 학술 포럼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외동포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도 다뤄졌다. 복수국적은 국내에 영주하려는 외국 국적 소지 재외동포를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복수국적을 신청할 수 있는 재외동포는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한국이 발전하려면 연령을 50세 또는 40세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외동포 복수국적 연령 하향에 대한 내국인의 시각은 곱지 않다. 법무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 응답자 65.5%가 ‘현행처럼 만 65세 이상 국적 회복자에게만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34.5%에 그쳤다.

이 문제에 대해서 김재호 다산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재외동포 복수국적 연령을 낮추면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재외동포가 늘게 되고 우리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BC 분석(Cost-Benefit Analysis·비용편익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김용필 대표는 국내 동포에 대한 내국인 인식 확산 방안을 주제 발표했다. 중국 동포(조선족)에 초점을 맞춘 발표에서 그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 동포는 33%를 차지한다”며 현황을 설명했다. 재외 동포 중 영주 거주 자격 비자 소지자는 16만 명이며 그중 중국 동포가 13만3000명으로 절대다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용필 대표는 “중국 동포의 집단 거주지는 원래 경제적으로 침체돼 있던 곳이다. 중국 동포가 와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여 지역 경제 활력을 불어 넣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조망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구로구 대림동, 경기 안산시 원곡동, 경기 시흥시 정왕동 사례를 들며 “처음 중국 동포가 하나의 타운을 조성하고 상권도 조성됐다. 이후 중국인이 유입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처음 중국 동포타운이었다 오늘 서서히 차이나타운으로 변해간다”며 이를 통하여 현재 고려인마을의 미래도 유사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동포의 정체성 문제와 모국(한국)의 관계도 짚었다. 김용필 대표는 “중국 동포 비중이 높은 것 자체를 한국 사회는 중시 여겨야 한다.”고 전제하며 “모국인 한국에 와서 정착한 중국 동포가 정체성 고민을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는 국내 체류 동포가 ‘모국인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문제와 직결된다. 동포에게 있어 한국이 따뜻한 모국인가 혹은 차가운 모국인가 문제가 중요 관점이다. 동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며 실증 데이터를 제시했다. “설문조사를 하고 했는데 중국 동포는 한국인들과 원만하게 지낸다고 답변했다. 설문 답변자의 80~90% 정도이다. 반면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존재한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김용필 대표는 현상의 원인을 5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국내 외국인 중 중국 동포 비중이 높다. 이에 비례하여 사건사고 비율도 높은 편이다. 동포와 한국인의 융합 문제도 존재한다. 융합하여 지내야 하지만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동포가 이주하면 원거주민이 떠나는 분절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둘째, 조선족 정체성 이해 문제이다. 한국 사회는 중국 국적 한국인 후예의 정체성 이해가 부족하다. 한국 내 반중 정서도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한몫하는 듯하다. 셋째, 영화, 드라마 등에서 중국 동포 거주지를 범죄 온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넷째, 건강보험 적자 문제, 중국인 혹은 중국 동포 국내 부동산 구매 문제이다. 중국 국적 동포는 특혜를 받고 내국인은 역차별받는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다섯째, 참정권 문제이다. 영주 거주 자격자가 늘어나면서 지방선거 참정권자도 늘어났다. 친(親)중국 성향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

재외동포청은 국내 체류 재외동포가 국내에서 안정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처음으로 지자체마다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 이 기사는 최창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