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국민연금 기권에…두산밥캣 분할 좌초

하정현
2024년 12월 10일 오후 6:25 업데이트: 2024년 12월 10일 오후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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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사업재편안이 최근 정치권 혼란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좌초됐다.

두산밥캣 분할 재편안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장 초반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날 오전 9시 45분 기준 두산로보틱스는 전장 대비 8.71% 내린 5만 2400원에 거래됐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제15차 위원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 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로 ‘찬성’을 결정한 바 있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인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 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결정이다. 주식 매수 예정 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 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 472원이다.

그래선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2일 분할 합병 관련 안건 의결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비상계엄이 발발한 지난 3일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예상 가액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2만 890원을 제시했지만, 최근 주가는 이에 못 미치는 1만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 4차 주주 서한을 게재하고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회사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산이 예정대로 주식을 사들일 경우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분할합병으로 인한 실익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도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 원이 넘을 경우 해당 계약을 해제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부연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임시 주총에서 두산밥캣의 분할‧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신설 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게 두산그룹이 추구하던 사업재편안의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