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탄핵소추안 “윤 대통령, 북한·중국·러시아 적대…전쟁 위기 촉발”
미 전문가 “전쟁 위기는 북·러의 정책 때문, 한국은 외교적 성과 거뒀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한미일 3국 공조 강화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 산하 독립기구에서 운영하는 VOA는 10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관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언론과의 영상통화에서 “탄핵 결의안을 보면 일본, 미국과 3국 협력을 추진했다고 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문구가 있다”며 “매우 충격적(very disturbing)이었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윤 대통령 집권 시기 한미가 거둔 여러 성과, 특히 외교적 분야의 성공을 강조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군사 안보 측면에서 협력을 두텁게 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중국에 대한 정책 공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리비어 전 수석 차관보는 “이것은 내가 기억하는 동맹 관계 중 가장 생산적인 시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탄핵안에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한일 양국 간의 관계와 신뢰 회복, 3국 파트너십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은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기, 한미 동맹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선임기자 조슈아 필립은 지난 6일 방송된, 자신이 진행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크로스로드’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분석하면서 “기본적으로 한국의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립 기자는 “(윤 대통령은) 일본, 필리핀, 대만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며 “중국 공산당은 이런 동맹 강화가 이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6개 야당 공동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원문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6개 야당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개 야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서명했다.
탄핵 소추안은 결론 부분에서 윤 대통령에 관해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북중러에 맞서 미국, 일본과 공조를 강화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중러에 대한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지난 8일 VOA의 평가다.
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전날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가 일본과의 외교 때문”이라며 자신이 “미국과 일본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와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다”고 밝혔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문제 삼은 한국 야당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미국, 한국, 일본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이런 주장은 잘못됐다”며 동북아시아에서 북한과 공산주의 중국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한미일 3국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한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켰다는 야당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고 무기를 판매하며 군사기술을 수입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북한·러시아의 자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케네스 와인스타인 허드슨연구소 석좌는 “한국은 고립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과 더 가까워졌고, 중국과 북한의 의도에 대해 걱정하는 나라들과도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야당이 반미·반일 의제를 내세운다면, 이는 북한과 중국에 (한미) 동맹의 결속에 관해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다가올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게 되는 셈”이라고 VOA에 밝혔다.
한편,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주한 미국 대사관 측에서는 여당이 내놓은 ‘한덕수-한동훈 공동국정운영 체제’를 두고 “헌법에 부합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국무부 산하 VOA의 이번 보도, 주한 미국 대사관의 ‘한-한 체제’ 합헌성 질문 등을 두고 미국 정부에서 일종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