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양책에도 물가상승률 또 둔화…디플레 우려 심화

남창희
2024년 12월 10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4년 12월 10일 오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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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2% 오르며 전월보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물가 상승세가 3개월 연속 둔화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이 한계를 드러내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위험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지난달 CPI가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전망치 0.5%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CPI 선행지수로 여겨지는 11월 PPI가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로이터 전망치인 2.8% 하락, 10월 수치인 2.9% 하락에 비해 하락 폭은 줄었지만 2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위축된 중국의 산업을 가늠하게 했다.

메이뱅크의 경제학자 에리카 테이는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 PPI 디플레이션이 소폭 감소했으나 추세는 견고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제조 투입재와 완제품의 축적된 재고가 많고, 게다가 매월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정부의 경기 부양책, 소비 촉진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침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9월부터 금리 인하,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지원, 은행 대출 활성화 등 전방위적 부양책을 취했음에도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짙어지는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戰雲)도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중국 거시 전략 책임자인 베키 리우는 “우리는 특히 이전 무역 전쟁 중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도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CPI 지표가 내년에도 계속해서 0에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지적하는 중국의 과잉생산도 경제를 발목 잡는 요인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가브리엘 응은 로이터에 “(중국은) 과잉생산으로 2025년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잉생산과 내수 부진은 중국 쇼핑몰 알리, 테무 등이 미국과 동아시아 주변국을 상대로 공격적 판촉행사를 그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막대한 재고를 정부 보조금을 받아 해외에 덤핑하는 식이다.

최근 국내에서 현금 퍼주기성 행사를 펼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식 출범을 앞두고 중국 경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취임하고 중국산 제품에 새로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이미 부동산 침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권은 가중된 경제적 압력을 해소할 방법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피치는 9일 중국의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3%로 낮추고,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0%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