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와의 긴장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베이징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토 분쟁에서 양보하면서 외교적 접근을 유화적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월 30일부터 추가로 9개 국가의 시민들이 비자 없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자를 면제받을 수 있는 국가는 총 38개로 늘어났다. 또한, 외교부는 방문객의 체류 기간을 30일까지로 두 배 연장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인바운드 관광을 장려하고 외국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이 ‘중국의 매력을 경험하고 중국 발전의 혜택을 나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9개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3월 중단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재개할 것을 중국에 요청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이 상호주의 제안을 수용할 때까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예상을 깨고 일방적으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 발표에 이어, 센카쿠 열도 근처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설치한 부표를 제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일본이 수개월간 요구해 온 조치였다.
도쿄에 본부를 둔 아시아-태평양 문제 연구소의 회장인 시부야 츠카사(澁谷司)는 에포크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일본에 구애하는 것은 중국공산당(CCP)이 대일 유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중국이 서방과의 긴장 고조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역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정치 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 역시 이 같은 추세를 주목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이 부표 제거가 ‘상당한 양보’와 ‘일본에 대한 굴복’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중국공산당 지도자인 시진핑이 이러한 영토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완고했는지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일본인들에 대한 비자 면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갑작스러운 전환이자 또 다른 양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1월 백악관 복귀와 함께 미중 무역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으며, 11월 25일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팬데믹은 중국 경제의 수십 년 된 문제를 악화시켰다. 부채가 쌓인 부동산 부문과 지방정부의 문제도 심화했으며, 부채 기반의 성장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은 5%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널리 예상된다.
또한, 수출이라는 또 다른 성장 동력에 대해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서방은 ‘중국 제조 2025’ 산업 정책에 기반한 중국의 과잉 생산, 덤핑 수출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유럽 연합과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공산당은 인도와의 긴장 완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은 인도와의 상호 국경 순찰 협정을 통해 국경을 양보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브릭스(BRICS) 정상 회의에서 시작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인도의 지원을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결제 시스템은 미국 달러를 대체하고 회원국 간의 금융 협력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법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이 트럼프의 강경한 입장에 대비하기 위해 유화적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더 많은 국가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미국의 동맹을 약화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안은 이러한 새로운 외교적 움직임이 경제 문제 해결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수 둔화, 중국공산당의 가혹한 정책, 반간첩법, 그리고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해 외국 자본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개월 동안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난해 대비 29.8% 감소해 6930억 위안(약 950억 달러)을 기록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약 44%가 투자 축소 계획을 밝혔다. 60% 이상은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이 악화했다고 봤다.
시부야는 베이징의 유화적 태도가 중국공산당이 전랑(늑대 전사) 외교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 최측근인 군 고위관계자가 낙마하는 등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에도 그러하다. 그는 “시진핑이 군사력을 확보하게 되면, 그는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지도자인 마오쩌둥의 발자취를 따라 공격을 재개, 대만을 침공하고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