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하며 시장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 5일 당시 ‘블랙먼데이’를 기록한 2386.96보다 낮은 수치다.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거래일인 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도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내린 627.01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 역시 코스피처럼 계엄 사태 후 4거래일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하강 곡선을 그리자, 전문가들의 시선은 국내 정치권을 향했다. 정치권의 탄핵안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줄줄이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공동 담화문을 내고 ‘상황 수습’을 강조했으나, 국정 공백에 따른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음을 경제지표가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대외 이슈보다는 지난 4일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종속되면서 변동성이 높아지는 취약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증시와 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비상계엄의 파장에 한국 경제가 정면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외신의 보도도 뒤따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 시간) “이미 저성장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정치적 마비 상황으로 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원화 가치 급락에 대한 우려도 감지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하듯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신에서 다뤄지는 ‘한국경제 위기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원화 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환율 차로 인해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원자잿값에 예민한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계엄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가 ‘여행 위험국’으로 분류된 만큼 여행, 항공 등 관광업계의 수익성에도 비상등이 켜지기도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