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엄령, 최후 수단으로도 절대 쓰면 안 되는 카드”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 대표

“야당의 횡포로 인한 윤 대통령의 좌절감은 이해되지만, 계엄령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계엄령은 최후의 수단으로도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카드입니다.”
시민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깨시민)’ 이민구 대표의 말이다.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155분 만에 국회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곧이어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전날 내려졌던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4일 새벽, 동트기 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날 여의도 근처 사무실에서 이민구 대표를 만났다.
제20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22년 3월 1일, 친문(親文) 성향의 원외 정당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 이민구 대표는 이날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 벽을 깨고 유권자 단일화 선언’이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고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해 1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그날의 지지 선언이 윤 대통령 당선에도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깨시민당을 해산하고 4월 총선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 시민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2024년에 계엄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밤새 상황이 마무리 돼서 다행이지만, 저희 연배가 1980년도에 계엄을 직접 눈으로 본 세대이기 때문에 공포감이 있었고요. 어젯밤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셨을 텐데요. 국회도 그렇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태일 겁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대 입장입니다.”
-계엄 사태를 지켜 본 심정은 어떠신가요?
“착잡하죠. 놀라서 아직도 진정이 안 될 정도입니다. 계엄을 무슨 장난처럼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저희는 실제로 계엄을 겪었습니다. 대학 안으로 탱크가 들어오기도 하고, 군인들을 보기도 했죠. 어제는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아서 그나마 천만다행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 계엄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됩니다. 이번 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지금은 먹고 사는 걸 앞서는 이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율 폭등과 주식 폭락, 대한민국 신용도가 하락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제 비상계엄에 이어진 결과인데 이런 것들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것도 미스터리입니다. 헌법에 비추어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요건이 안 됐다고 하던데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 계엄 선포 이유를 놓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그나마 준비가 안 된 계엄이라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몇 시간의 과정을 지켜봤지만, 군인 동원도 그렇고 후속 조치도 안 돼 있었죠. (대통령이) 비상계엄 권한을 갖고 있으니 한번 해볼까 하는, 그냥 장난스러운 비상계엄이죠. 정말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저는 수십 년 동안 진보 진영을 지지하다 윤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사람이지만, 그간 윤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던 참이었는데 비상계엄도 역시나 너무 어설펐기에 대한민국과 국민에게는 정말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입법 폭주에다 툭하면 특검하자는 거대 야당의 횡포에 어쩔 수 없는 대통령의 선택이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정치판을 흔드는 걸 보면서 마음속으로 계엄이라도 했으면, 저것들을 어떻게 잡았으면, 이재명을 잡았으면, 이런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사법부의 무능으로 처벌받지 않고 계속 살아있는 이재명에 관한 분노에도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건 구도적,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비상계엄령은 최후의 수단으로도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카드입니다. 3개월 전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우리는 모두 무슨 소설 쓰냐고 했더랬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저희 쪽에서도 12월에 무슨 중대 발표가 있을 거라는 말이 있었고, 그게 바로 계엄이는 얘기를 석 달 전부터 들었거든요. 그 당시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야당 문제도 계엄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집권당도 지금 분열돼 있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요?
“어제 비상계엄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정치적 수명을 끝내는 작업이었던 셈이죠. 김건희 여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순식간에 하찮은 문제로 변해 버렸어요. 식물 정부와 식물 대통령, 어느 쪽 수명을 연장하느냐가 문제지 국정을 주도하거나 운영할 힘은 상실했다고 볼 수 있죠.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는 끝났다고 봅니다.
-대선 이전, 윤석열 후보를 지지선언 하셨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시겠어요?
“그때만 해도 범죄 경력자인 이재명을 도저히 지지할 수 없었고, 윤석열 검찰 총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죠. 물론 후회는 없습니다. 2022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여전히 윤석열 후보를 지지할 겁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좀 더 잘해 줬으면’, ‘지지율이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가슴앓이를 해 온 저로선 윤 대통령 지지율 20%가 붕괴되는 시점에서 참담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오늘 국민의힘 의총에서 대통령 탈당 문제가 나오고, 장관들 전원 사퇴, 국방부 장관 사임, 용산 비서진 전부 다 사표 낸다는 얘기도 있고요. 정리가 돼 가는 거죠. 그래도 어제 한동훈 대표가 즉각 메시지도 내고 처신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한동훈의 시간이 될 것이고, 한동훈의 정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탄핵 이야기가 너무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과연 탄핵이 이루어질까요? 정치인들은 탄핵을 해낼 수 없다고 봅니다. 탄핵은 국민들만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탄핵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탄핵이 안 되는 거고, 유권자들이 탄핵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탄핵당할 겁니다. 민주당이나 정치인들 일부가 탄핵하겠다고 발표하는데 정치인들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여러 가지 짐작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 과연 국회와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할지, 탄핵을 가동할지도 사실은 어려운 문제죠.”
“임기단축 개헌을 하려고 했던 게 현실화하는 거 아닌가 싶고, 그렇게 되면 내년에 대선을 치를 수 있겠죠. 여야가 합의해서 임기를 단축해도 대선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연동된 문제는 이재명의 재판이죠. 이재명의 대법원판결보다 대선을 먼저 치를 경우, 이재명은 출마할 거고 전국은 다시 혼돈 상태로 들어갈 것이고요. 환율 폭등이나 주식 폭락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정치는 없습니다. 정말 나라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민생을 위해 먹고 사는 문제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여론이 어떻게 모이는지 저도 지켜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