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출신의 억만장자로 중국 공산당 핵심 인사들과 후원관계였던 ‘내부자’가 중국 경제에 접근하는 국제사회의 흔한 오해 세 가지를 콕 짚어 강조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사업가 겸 작가 데스먼드 슘은 2일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최근 몇 주간 중국 경제에 관해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견해를 계속 접하게 됐다”며 “이런 견해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지만 많은 사람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중국에 반대로 베팅해선 안 된다”이다.
슘은 “이 말은 지난 수십 년간 급속히 성장한 중국을 돌이켜 볼 때, 중국에 반대로(중국의 몰락에) 베팅하는 사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라며 “중국 경제 회의론자들이 틀렸다는 게 지난 수십 년의 성장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틀릴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비논리적”이라며 “중국의 경제, 정치, 글로벌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무시한 채 과거가 미래를 보장한다는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개방 시대, 즉 결실이 적고 인구 통계가 우호적이며 세계 경제에 통합되던 시기와 오늘날 중국의 전망은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신산업이 중국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슘은 “전기자동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3대 신산업’의 부상은 종종 중국의 혁신 능력과 강력한 성장 유지 능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선전된다”며 “이들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3대 신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인 반면, 중국은 3대 성장 동력 중 두 가지인 투자와 국내 소비가 위축되는 등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흥 산업이 부동산의 구조적 하락과 그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희망적일 뿐으로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만 하면 해결된다”이다.
슘은 “이러한 믿음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중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보호했던 2008~09년 경기 부양책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끊임없는 투자, 값싼 노동력, 수출 우위를 바탕으로 구축된 중국의 성장 모델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게 슘의 견해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시키는 시진핑의 중앙집권적 통제로의 복귀로 인해 과잉 투자, 막대한 레버리지,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지정학적 환경이 변화로 인해 서구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같은 유리한 조건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슘은 “숫자를 보라”며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의 약 3분의 1, 전 세계 수출의 14%를 차지한다. 반면, 두 번째로 큰 제조 강국인 미국은 전 세계 상품의 16%를 생산하고 7%를 수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러한 우위는 저항에 직면했다”며 “글로벌 수요가 약화되고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국의 제조업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해’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경제대국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슘은 “현실은 복잡하고 냉정하다”며 “중국의 경제 문제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고위층 측근이었던 ‘공산당 내부자’
홍콩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슘은 귀국 후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는 자수성가한 여성 기업인 돤웨이훙(휘트니 돤)과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와 꽌시(關係·특수한 인맥관계)를 맺게 됐다.
돤웨이훙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거액의 부를 일군 전형적인 중국 기업가였다. 그녀는 원자바오 전 총리의 부인을 ‘이모’라고 부르며 가까이 지낼 정도였다.
그러나 사업상의 견해로 이혼하고 영국에서 지내던 슘은 2017년 전 아내 돤웨이훙이 동료 3명과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실종된 아내를 추적하다가 사업가들을 철저하게 이용할 뿐 가치가 떨어지면 토사구팽하는 공산당의 비정한 본질을 깨닫게 된다.
공산당을 검은 속내를 폭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슘은 2021년 ‘레드 룰렛(Red Roulette)’을 발간했다. 이 책은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 타임스가 각각 선정한 2021년 ‘베스트 북’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의 2021년 10월 베스트셀러에도 5위에 올랐다.
이 책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자녀들의 일탈, 당내 치열한 권력 암투 등이 세밀하게 묘사됐다.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 쓴 것이 아니라 저자인 슘 자신이 최고위층의 측근, 즉 공산당 내부자로서 직접 경험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슘이 지적한 ‘세 가지 오해’가 단순한 중국 경제 회의론자의 시선으로 치부되지 않고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