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1년 만에 제자리로…野주도 통합징수법안 통과

전기요금과 TV 방송수신료를 분리 징수한 지 1년 만에 다시 통합 징수가 재추진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통합 징수’를 핵심으로 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김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김현 의원은 “공영방송의 유지·발전 및 공익적 프로그램 서비스 실현 등을 위해 수신료를 효율적으로 모으려면 통합 징수가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22대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시 분리 징수 체제의 KBS 수신료는 다시 ‘통합 징수’로 돌아오게 된다.
앞서 KBS는 지난 1994년부터 한국전력에 수신료 징수 사업을 위탁,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 납부 청구서에 합산해 ‘텔레비전 소지자’에 월 2500원씩 일률적으로 징수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시행령이 개정돼 분리 징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결합 징수를 도입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국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의원들 역시 김태규 직무대행과 입장을 같이했다. 이들은 “TV를 시청하지 않는 가구까지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면 국민의 반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년 만에 KBS 수신료가 분리 징수에서 통합 징수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다수의 수도권 민심은 싸늘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만난 40대 여성 이 모 씨는 기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요즘 KBS나 SBS나 MBC나 챙겨보지 않는데 왜 수신료를 강제로 청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현 정부가 잘한 일이 있다면 수신료를 분리 징수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시 징수가 이뤄진다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일대에서 만난 30대 남성 윤 모 씨도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KBS 수신료가 다시 징수된다고 하던데 정말 ‘민주당의 힘’을 보는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KBS를 시청하는 국민이 지금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는 민주당이야말로 민생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KBS 수신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도 수신료 폐지 등에 대한 찬반 여론은 뜨거웠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우리 회사 가지고 불만들이 많네”라며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 수신료는 전기 요금에 포함돼서 (너희가) 꼬박꼬박 내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수신료 문제는 전국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KBS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하다”며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이를 읽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을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구성원인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