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본부 청사 근무하는 7천명, 전부 현장으로 보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패 관료집단인 ‘딥 스테이트’ 청산을 주장해 온 인물을 차기 행정부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시압 ‘캐시’ 파텔이 FBI의 차기 국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발표했다.
이어 “캐시는 뛰어난 변호사이자 수사관이며 ‘미국 우선주의’의 투사로서, 부패를 폭로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경력을 쌓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파텔은 트럼프 집권 1기 국방장관 수석 보좌관(비서실장)을 지냈으며, FBI의 운영 방식에 비판적 인사다. 2016년 대선 때는 FBI가 트럼프 캠프를 부당하게 감시했다고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워싱턴DC에 있는 FBI 청사를 폐쇄하고 ‘딥 스테이트’ 박물관으로 바꾸겠다며 “후버 빌딩(FBI 본부)에서 일하는 7000명의 직원을 데려가 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미국 전역으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딥 스테이트는 정부 속의 정부 혹은 그림자 정부로 불리는 관료 집단이다. 선출직이 아닌 중간 관리직으로 이뤄졌으며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신들의 구상대로 정부를 운영하는 부패 권력 집단을 가리킨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딥 스테이트를 없애고 권력을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겠다고 밝혀왔다.
파텔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NSC 대테러국 수석국장, 국가정보국(DNI) 국장 선임고문 등 주로 정보 분야 요직을 역임했다. FBI 국장으로서 낙점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파텔이 이끄는) FBI는 미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범죄를 종식시키고, 해외에서 들어온 범죄 조직을 해체하고, 국경을 넘는 인신매매와 마약 거래의 사악한 재앙을 멈출 것”이라며 신임 법무장관 팸 본디와 협력해 FBI를 다시 “충실하고 용감하며 정직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텔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FBI 국장으로 지명받은 것은 평생의 영광”이라며 “우리는 함께 우리 사법 제도의 무결성, 책임성, 평등한 정의를 회복하고 FBI를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정당한 사명으로 되돌리겠다”라고 말했다.
FBI 국장 임명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다. 파텔은 인준 전까지 기다리지 않고 트럼프가 지명한 본디 법무장관과 협력해 차기 행정부 개혁안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선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크게 고려됐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공화당 토니 터버빌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텔 임명을 지지할 것”이라며 “법 집행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훌륭하고 현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터버빌 의원은 또한 “그는 대통령에게 충성한다. 그게 거의 최고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파텔은 FBI 운영에 있어 트럼프 당선인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법 집행 기관과 안보 기관이 정치적 편견을 가지고 사안에 접근해서는 안 되며, 트럼프가 ‘부당한 수사와 기소’라고 묘사한 사건에 관해 책임 규명과 철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2023년에 쓴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정부 갱단(Government Gangsters)’에서 파텔은 현 상황을 “국민과 부패한 지배계급 간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영구적인 권력을 지닌 비선출 관료체제가 선출직 공무원들의 권력을 약화하고 있다며 딥 스테이트의 전략과 주요 인물을 나열했다.
트럼프는 이 책을 “모든 부패한 행위자를 드러내고, 궁극적으로 우리 기관과 부서가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되돌리는 훌륭한 로드맵”이라고 극찬했다.
파텔은 이 책에서 딥 스테이트와의 싸움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이 아니라 정부 갱단과 다른 모든 사람과의 싸움이라며 진보 보수, 좌우를 떠나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겨냥한 FBI 부패 관리들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수사하고 범죄자를 체포하는 ‘영웅’들이 아니며 이들 영웅들 역시 부패한 지도부에 실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FBI 국장인 크리스토퍼 레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지난 2017년 전 국장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임명했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을 지고 직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 대통령은 약 4천 명의 공무원을 임명하며 이 중 1200명은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 사실은 정부 운영에 대해 잘 몰랐으며 주변의 추천을 받아 사람들을 임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중 적잖은 사람들은 공직에 오른 후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제동을 걸기도 했으며 트럼프는 지난달 조 로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던 일이 가장 후회된다”고 밝힌 바 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