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중국 외교공관 직원 3명 추방 “불법 행위 연루”

리투아니아 외무부가 자국 주재 중국 대표처 직원 3명을 ‘불청객들(personae non gratae)’로 규정하고 추방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외무부는 이들이 “비엔나 협약을 위반하고 리투아니아 공화국 법률을 위반하는 활동”에 연루됐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리투아니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국 주재 중국 대표처 직원 3명에게 “일주일 이내에 리투아니아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PNG)’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외교에서는 상대국 외교사절단을 쫓아낼 때 주재국에서 사용하는 선언이다. 한국어로 불청객 정도의 의미다.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따른 비엔나 협약’ 제9조에 따르면 협약 가입국은 상대국 외교관이나 외교공관 직원을 설명할 필요 없이 언제든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선언해 추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교관으로서 민법, 형법 위반에 대해 면책 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교관으로서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행동, 즉 간첩활동이나 마약 거래에 연루됐을 경우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명당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상대국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낼 때도 이 선언이 쓰인다고 전한다. 여러 명을 가리킬 때는 이번 리투아니아의 경우처럼 복수형인 ‘페르소니 논 그라티’가 된다.
해저 케이블 절단, 선거 개입…중국 공산당과의 대결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 명의 유럽 소국이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장악한 중국 공산당과의 맞대결에서는 물러섬이 없는 국가다. 전반적으로 중국에 유화적인 유럽의 대중 강경책을 이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여기에는 역사적 경험이라는 배경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 소련에 합병되는 등 오랜 외세의 침탈을 겪었던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정권을 상대로 강경한 외교 정책을 고수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화물선의 해저 케이블 파괴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 사건은 중국 화물선 ‘이펑(伊鵬) 3호’가 이달 17~18일 고의로 닻을 올리지 않고 운항하면서 일으킨 것으로 러시아의 사주 의혹이 제기됐다.
리투아니아는 유로저스트(Eurojust, 유럽연합 형사사법협력청)의 지원을 받아 스웨덴, 핀란드와 합동 팀을 구성해 해저 케이블 파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중국 화물선에 의해 절단된 케이블은 2개로 스웨덴 영해에 있는 발트해 해저에 설치됐으며, 하나는 스웨덴의 고틀란드섬에서 리투아니아까지 이어져 있다.
리투아니아는 공산주의 중국의 침투, 특히 선거 개입에 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월 리투아니아 방첩국장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대만을 지원하면서, 공산주의 중국이 올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양측의 관계가 긴장 일로에 접어든 것은 지난 2021년 11월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 개설을 허용하자 중국 공산당이 외교 관계를 일방적으로 격하하면서부터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수교한 국가들은 중국 공산당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만과 교류할 때 대만(Taiwan) 대신 타이베이(Taipei)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대사관 대신 설립하는 대표처도 타이베이 대표처로 불렀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대만 측에 ‘대만 대표처’라는 간판을 사용하도록 허용했고, 이로서 리투아니아는 대만(중화민국),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양국 대표처를 동시에 개설한 특별한 사례가 됐다.
이에 격분한 중국 공산당 당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다.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관 역시 중국 대표처로 격하했다. 또한 리투아니아 물품 수입을 중단하며 경제적으로 보복했다.
이런 압력에도 리투아니아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중국 주재 대사관을 본국으로 철수하며 맞대응했다. 유럽연합(EU)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사태는 결국 2023년 중국 공산당이 리투아니아에 대한 무역 제재를 해제한 뒤에야 일단락됐다.
한편, 리투아니아 외에도 올해 들어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연이어 추방당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 7월 프랑스 외무부가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 책임자와 대리인이 중국 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을 시도한 혐의로 프랑스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프랑스에서 추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