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인민해방군 최고위직 또 숙청…“시진핑, 군권 약화 방증”

남창희
2024년 11월 29일 오후 1:25 업데이트: 2024년 11월 29일 오후 1:38
P

중앙군사위 의원 먀오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 조사
중화권, 사건 의미 두고 의론 분분…
군사평론가 “시진핑, 4중 전회서 군사위 주석 사퇴설”

중국 공산당(중공)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공산당 권력의 핵심인 군권이 요동치고 있다.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이 군권을 놓고 반대세력과 암투를 벌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8일 중국 국방부 대변인 우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 군사위 위원 먀오화(苗華·69)가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첸 대변인은 또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먀오화의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는 부패혐의를 가리킨다. 다만, 조사 진행 중에 고위 공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먀오화의 혐의가 가볍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27일)에는 둥쥔(董軍) 국방부장(국방장관)이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둥쥔 국방부장이 당국의 군 고위층 부패 조사 중 혐의가 포착됐다면서 시진핑이 군부 반부패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공 당국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날조”라며 “이런 루머를 퍼뜨리는 이들은 은밀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도 “완전한 날조”라고 비슷한 표현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신과 중화권에 확산된 중공 인민해방군 고위층 관련 루머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도 비슷한 결말로 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낙마설·실종설에 휩싸였던 웨이펑허, 리상푸 등 2명의 국방부장도 결국 부패 혐의가 확인됐고 대규모 숙청설이 돌았던 로켓군도 실제로 수뇌부가 대거 물갈이됐다.

먀오화 위원 역시 ‘군 수사부에 연행됐다’는 소문이 지난 11월 중순부터 파다했는데, 이번에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공산당이 강하게 부인하면 뭔가가 있는 것’이라는 중화권 속설이 재차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먀오화와 둥쥔이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점에서 둥쥔 낙마설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사평론가 차이셴쿤(蔡慎坤)은 “먀오화 위원이 숙청되면 둥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둥쥔을 국방부장에 추천한 인물이 바로 먀오화”라고 말했다.

이번에 둥쥔이 낙마하면 중공은 최근 1년 사이 3명의 전현직 국방부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진핑 당국이 당분간 둥쥔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위장 전술을 펼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공산당 권력의 핵심 ‘군사위’ 둘러싼 암투

중국 공산당의 권력 기반이 인민해방군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을 창설한 마오쩌둥은 1927년 공산당 긴급회의에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인민해방군을 국가가 아닌 당이 지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군을 통솔하는 기관인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직하도록 했다.

이후 공산당 지도자들은 철저한 군권 장악을 강조했으며, 군권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야 비로서 최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후진타오는 국가주석에 오르고도 군사위 주석은 장쩌민이 내놓지 않아 집권 후에도 상당 기간 ‘종이호랑이’ 신세로 지냈다.

시진핑은 2015년부터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중앙군사위가 다양한 군 기관에 직접 지시를 내리도록 해 군권을 강화했다. ‘반부패’ 명목으로 군 고위층에까지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때부터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은 군사위 주석인 자신을 제외하고 총 6명이었던 군사위 정원을 5명으로 줄였다. 2명의 군사위 주석은 그대로 두고 4명의 위원을 3명으로 줄였다. 자신이 군사위 주석을 맡기는 했지만, 그의 1인 독재 체제 강화에 공산당 원로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까닭이다.

중국 전문가 천포쿵은 이 시기 중앙군사위에서 시진핑 진영과 반대세력의 구도가 2대 4로 시진핑이 열세였다고 파악한다. 군사위 부주석 중 한 명인 허웨이둥만 시진핑을 따르고 또 다른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와 3명의 위원이 모두 반대 진영이라는 것이다.

장유샤는 시진핑에게서 등을 돌린 공산당 원로들이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인민해방군 2인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진핑을 견제할 군부 실세로 떠올랐다. 인민해방군 지도부 가운데 드물게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장성과 군인들의 신망이 두텁다.

이러한 견해를 따르면, 장유샤 측 3명의 위원 중 한 명인 먀오화에 대한 조사는 반대세력을 겨냥한 시진핑의 경고다. 대만 연합보 등 주요 언론들도 시진핑이 주변 인물을 타격함으로써 장유샤를 비롯한 반대 세력에 공포감을 줘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 군사평론가 야오청 전 인민해방군 해군 중령은 다른 견해를 내놨다. 그는 푸젠성에 주둔하는 31군에서 장기간 복무한 먀오화가 시진핑과 절친한 관계에 있는 측근이며, 군부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야오청은 “먀오화의 신변에 어떤 일이 생기면 그것은 시진핑의 권력이 약화됐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장유샤가 전면에 나서면서 군부의 지지가 장유샤 쪽으로 쏠렸고 상대적으로 시진핑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며 “서로 정치 싸움에 혈안이 돼 정작 실무적인 부분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국 고위층 내부에서는 시진핑이 이미 군부에서 권한을 모두 잃었으며 4중전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직과 군사위 주석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명목상 직위인 국가주석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뜻하는 중전회는 매 5년을 한 기(현재 20기)로 해서 총 7회 열린다. 4중전회는 제4차 중전회다. 주로 경제 분야 청사진을 제시하는 3중 전회는 중국 경제 침체로 반년간 미뤄지다가 올해 7월 열렸다. 4중 전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한편, 먀오화 숙청에 관한 상충하는 분석을 두고 청포쿵은 “떠도는 루머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도 있고 공산당 외부에서 그 진위를 명확히 가리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중앙군사위 위원직은 쉽게 내쫓을 수 없는 막강한 직위다. 이런 직위에 관한 변동이 발표된 것 자체가 시진핑 체제에서 군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