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직면하는 등 비상 경영을 이어가는 롯데그룹이 고강도 인적 쇄신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경영 체질을 개선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 그룹 전체 임원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고 최고경영자(CEO)도 36% 교체되는 변화가 이뤄졌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1년 임원 인사보다 큰 폭이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들이 줄퇴진하며 그룹 내 세대교체도 빨라졌다.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퇴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1970년대생 CEO 12명을 새로 임명해 성과 위주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했다.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는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엠시시 박경선 대표이사(1970년생),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황민재 대표이사(1971년생) 등이다.
신동빈 그룹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부사장은 3년 연속 승진했다. 신유열 부사장은 지난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를 맡아 풍부한 재무 경험을 쌓았다. 향후 신유열 부사장은 바이오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 신사업의 안착 및 글로벌 시장 개척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유열 부사장의 그간 이력을 통해서도 유추 가능하다. 1986년생인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교 환경정보학 학사 학위 취득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20년 일본롯데 영업부장으로 발을 디뎌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 부사장은 재무 경험뿐 아니라 기획전략 경험도 풍부한 경영인”이라며 “그가 진두지휘할 롯데의 신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크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한 사례는 유동성 위기설에 한정되지 않는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 보강’을 위해 그룹사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 ‘롯데월드타워(서울 송파구 소재)’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으로 과거 회사채 발행 당시 약속한 수익 특약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관리계약 특약 제2조 등에 따르면 ‘재무비율 등의 유지’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3개년 누적 이자비용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9월 말 기준 재무비율이 4.3배를 찍어 특약사항을 위반하게 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협의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 담보로 제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2024년 10월 기준) 롯데그룹 총자산은 139조 원으로, 보유주식가치는 37조 50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그룹전체부동산가치는 56조 원이며, 활용 가능 예금은 15조 4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