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기자실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밝혔다.
뉴욕타임스, CNN 등 트럼프 당선인이 ‘가짜뉴스 공장’이라고 비판한 언론들을 위한 자리를 줄이고 대신 독립언론과 팟캐스트 진행자를 부르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아버지는 더 많은 영향력과 시청률을 보유한 기자들로 기성 언론을 대체하자는 아이디어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 언론들이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보였던 태도를 고려해서 생각한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좌파성향의 미국 주류 언론들은 지난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브리핑룸 앞자리를 차지하고 트럼프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으며 때로는 무례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는 2018년 11월 트럼프와의 설전 이후 백악관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에 백악관 출입기자협회는 항의 성명을 냈고 트럼프와의 악연을 지속했다.
주류 언론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강조하고 있으나 그동안 미국의 언론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한국에서도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팟캐스트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찾고 관점을 참조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언론보다 오히려 팟캐스트의 영향력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과 접촉을 꺼렸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여성 문제를 주로 다루는 ‘콜 허 대디’, 20대 여성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더 블랙퍼스트 클럽’ 등 팟캐스트에 출연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세계 1위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로 큰 효과를 누렸다. 로건은 스포티파이에 1450만 명, 유튜브에 170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특히 청년 남성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무려 3시간에 달하는 이 인터뷰는 조회수 1천만 건이 넘어가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막말’ 이미지가 강했던 트럼프의 인간적 면모와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밀도 있게 전달하는 기회가 됐다.
반면, 기성 언론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만 인용해 대선 상황을 보도하는 등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악수를 뒀다.
미국에서는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언론사들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새롭게 자리를 배정받고 대변인의 요청을 받고 질문을 해왔다. 첫 질문을 할 기회는 AP통신 기자에게 주어지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브리핑룸의 기자석은 총 49개로 언론사마다 한 곳씩 배정된다. 자리 배치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가 맡아오고 있는데 협회 임원 및 이사진은 신문, 방송, 라디오, 통신사, 사진기자 등 기성 언론 소속 기자들로 구성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팟캐스트 방송에서 진행자로부터 ‘몇몇 기자들의 자리를 박탈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독립언론에 개방하는 방안을 아버지와 논의했다”고 답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그의 모든 것을 혐오하면서 민주당의 마케팅 부서로 기능해왔다”면서 “그렇다면 더 많은 시청자와 더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에게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대중)을 상대로 소식을 전하는 대중매체 본연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듣는 독립언론에 기자석을 내주는 게 맞다는 논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부 좌파 성향의 언론 매체를 “부정직하다”고 부르며 종종 “가짜 뉴스”라고 언급하는 등 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는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뉴욕타임스를 겨냥해 “실패한 매체”라고 지적하고 “지난 수년간 트럼프에 대해 잘못된(wrong) 보도를 해온 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할 것인지” 물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들은 얼마나 부정확한 것인지 잘 알면서도 그저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그런 가짜 ‘쓰레기’ 기사를 쓰고 있다”며 “그들은 팩트 체크를 하지 않는다. 팩트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수년 동안 뉴욕타임스가 법을 준수하는 좋은 기사를 쓴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기록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과는 안 하나”라고 따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언론사가 더 오래됐다고 영향력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라며 팟캐스트 진행자 로건 같은 사람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직은 논의 중이지만, 이러한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 개편이 실행될 경우 백악관 보도 관행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운영 등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