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대표 용어 ‘라틴엑스(Latinx)’도 사용 중지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다양성(DEI) 촉진 정책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흔히 다양성이라고 번역되는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첫 글자만 모은 단어다.
인종과 성별, 성적 지향성 등의 차이(다양성)를 존중하겠다, 이러한 차이점을 지닌 사람들이 공평하게 대우받고(형평성) 모두의 환영과 인정을 받는(포용성)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오히려 다수 인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고, 조직이나 기업의 원래 목적보다는 DEI 추구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월마트는 2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든 직원과 고객, 납품업체에 기회의 문을 열고 모두를 위한 월마트가 되기 위해 (DEI) 여정을 걸어왔다”며 앞으로는 다양성 대신 소속감을 키우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월마트는 아이들에게 성정체성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행사에 지원하던 자금을 끊고, 시민단체의 기업평등지수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소식은 보수성향의 다큐멘터리 감독 로비 스타벅에 의해 전해졌다. 그는 월마트의 젠더 이념 확산을 추적해왔다.
스타벅 감독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월마트 관계자에게서 이러한 변경 사항을 확인했다며 “이는 미국 기업의 ‘깨어있음'(wokeness)을 종식하려는 우리 운동의 역사상 가장 큰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월마트가 ‘라틴엑스(Latinx)’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틴엑스는 미국 진보 세력이 라틴계 미국인을 부를 때 쓰는 신조어다.
스페인어에서는 남자는 ‘라티노(Latino)’, 여자는 ‘라니타(Latina)’로 엄격히 구분한다. 하지만, 젠더(성인지) 감수성을 주장하는 진보 세력은 이 말이 ‘성차별적’이라며 라틴엑스라는 성중립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라틴’ 뒤에 미지수를 뜻하는 엑스(x)를 넣어 성별을 구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라틴엑스는 성인지 감수성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치인들 다수가 사용하지만, 정작 라틴계 미국인들은 사용을 기피하는 용어다.
올해 9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라틴계 인구 중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4%로 지난 2019년에 비해 1%포인트만 증가했다.
지난 5년간 민주당과 진보 세력이 라틴엑스라는 단어 보급에 힘써왔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라틴계는 오히려 이 용어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대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꼽힌다.
월마트는 또한 ‘납품업체 포용성 프로그램’도 폐지할 예정이다. “역차별”이라며 비판을 받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 직원의 51% 이상을 여성, 유색인종, LGBT(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등)으로 채용한 납품업체를 우대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월마트 납품업체들은 백인 남성 직원을 줄이고 흑인 여성이나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직원을 늘려 왔다.
월마트는 ‘인종평등센터’에 2020년 기부를 약속한 1억 달러 외에 향후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스타벅이 주장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적인 제품 및 트렌스젠더 용품’을 제거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스타벅 감독은 다양성(DEI) 정책을 중단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 포드, 위스키 업체 잭 다니엘스, 미국의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 존 디어, 농업용품 업체 트랙터 서플라이,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 등의 기업이 DEI 포기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성인지 감수성을 중시하는 정치 세력은 DEI 정책이 사회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트럼프는 새 행정부 출범 첫날부터 미군 분열적 정책을 뿌리 뽑겠다며 DEI를 겨냥했다.
국방장관 지명자인 피트 헤그세스는 군에서 DEI를 시행하는 장군들을 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달 초 언론에 출연해 일부 고위 장성들이 군사력 강화보다 DEI 추구를 우선하며 군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춘 500대 기업 목록에 따르면 월마트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포브스는 월마트의 2024년 매출이 작년보다 460억 달러 증가한 6573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이 기사는 AP 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