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검찰, 中 원정 장기이식 알선한 의사 등 일당 6명 기소

남창희
2024년 11월 26일 오후 7:29 업데이트: 2024년 11월 26일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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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정한 ‘인체 장기이식법’ 적용 첫 사례
“韓日도 관련법 제정해서 中 반인도 범죄 저지”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알선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대만의 유명 의사와 그 일당이 적발됐다.

대만 중부 장화(彰化)지방검찰은 장화기독병원 전 부원장이자 간이식 전문의인 천야오리(陳堯俐)를 ‘인체 장기이식법(조례)’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천씨는 의료 분야 사업가 황난(黃男) 등 4명과 공모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환자 10명을 중국으로 보내 장기이식 수술을 받도록 하고 수수료와 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2037만 대만달러(약 8억 6천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천씨는 장화기독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간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접근해 황씨의 연락처를 주고 황씨를 통해 칭다오대 부속병원이나 후난성 병원 등 중국 의료시설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장기 획득 수수료와 집도한 중국 의사 수고비, 여행숙박비, 전담 간호사 비용 등 1건당 총 300만~750만 대만달러(약 1억3천만~3억2천만원)를 지불했다.

지난 2015년 제정된 대만 ‘인체 장기이식법’에서는 장기를 유료로 제공하거나 획득하는 일(장기매매)을 금지했으며, 의료인이 이에 연루됐을 경우 의료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또한 중화민국(대만) 국적자가 영토 밖에서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현지법과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검찰은 천씨 일당이 의료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장기 기증은 대가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대만의 국제적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명 간이식 전문의인 천씨가 수술을 알선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중국에 건너가 수술을 감독하는 등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6년을 구형하고 황씨에게 6년, 나머지 일당 4명에게 각각 4년씩 구형했다.

환자들, 원정 이식에 거액 쓰고도 생존기간 2~3년

이번 사건은 자유시보, 연합보 등 대만 주요 언론들에 의해 일제히 보도됐다.

언론은 유엔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 “파룬궁 수련자, 양심수, 기독교(지하교회) 목사, 무슬림 등이 강제 장기적출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검찰 조사 결과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받은 대만 환자 대부분이 수술 후 생존 기간이 2~3년에 그치고 일부는 대만 귀국 후 1주일 만에 숨지는 등 의학적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장화기독병원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천씨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 3명을 지난 2022년 6월 해고했으며 이후 아무런 계약관계도 맺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천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내가 중국에서 간 이식 수술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자신을 겨냥한 흑색 선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장화현 보건당국은 천씨가 중국 원정 장기이식과 관련된 의혹으로 2022년 의료윤리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중국 원정 장기이식으로 지자체에서 징계한 전례가 없어 고민 끝에 중앙정부 판단을 기다리다가 종결됐다고 확인했다.

중국 원정 장기이식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활동을 벌여온 대만 국제장기이식관리협회의 황첸펑(黃千峯)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대만에서 2015년 제정한 ‘인체 장기이식법’을 위반해 형사 기소된 첫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황 대변인은 “중국 원정 장기이식은 중국에서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해지는 강제 장기적출이라는 학살죄에 연루될 수 있다”며 “중국 원정 장기이식은 윤리적, 법적 위험성이 따르며 의학적으로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한국, 일본에서도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막기 위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한국의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 일본의 ‘해외 원정 장기이식 조사위원회(TTRA)’는 대만 단체와 공동으로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막기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했으며, 시민들의 인식 개선 활동도 벌이고 있다.

황 대변인은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동의 없이 강제로 적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을 제정했고, 미국 하원은 지난해 ‘중국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6월 하원은 ‘파룬궁 보호 법안’을 가결했고 이번에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지난 7월에는 이 법안의 상원 버전을 발의했다”며 회기 내 처리되지 않더라도 다음번 회기 때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룬궁 보호 법안’은 미국이 동맹국과 연합해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을 저지하고 강제 장기적출 연루자에게 최고 무기징역, 재산 동결, 비자 입국 제한 등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향후 한국, 일본 단체와 협력을 지속해 아시아 지역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는 반인도적 범죄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