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인공장기 기술들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공장기는 사람의 장기를 대체할 인위적 유기질 조직으로,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마크그룹에 따르면 ‘세계 인공장기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약 445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약 62조 원에 달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인공장기 기술들이 공개되고 있다. 먼저 한국연구재단은 김동성 포스텍 교수 연구팀 등이 오르가노이드(줄기세포에 기반해 만든 작은장기)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음을 전했다. 오르가노이드는 대량 생산이 어려워 실제 임상시험에 활용하기 어려우나 이를 극복한 것이다. 재단 측은 “오르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필수적인 동물 실험을 대체할 시험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임상·제약 산업에서 활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피부 아래에 췌장 조직을 이식해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당뇨 치료법도 등장했다. 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현욱 교수팀은 피하 조직에 이식해도 혈당 조절 기능을 할 수 있는 췌도 이식체를 개발한 것이다. 췌도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 덩어리로 심각한 인슐린 분비 장애를 겪는 제1형 당뇨환자의 간이나 신장에 이를 이식해 치료한다. 유니스트 측은 “개발된 이식체는 간단한 절개로 시술할 수 있고 부작용 발생 시 간이나 신장과 달리 바로 회수 가능해 수술 부담과 합병증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종이식 연구 선진국인 미국과의 격차도 좁혔단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인간이 아닌 돼지, 원숭이 등 다른 생물의 장기나 조직, 세포 등을 이식하는 의학적 수술이다. 이와 관련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지난 15일 ‘ATW 2024(이종이식 기자간담회)’에서 “이종이식 분야에서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선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세계 최초로 12개 유전자가 편집된 동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종이식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옵티팜은 충북 오송의 원균제어시설(DPF)에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돼지 심낭을 이용한 이종조직판막 이식에서 발생하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이종 항원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이전의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Galα1-3Gal(α-Gal) 이종 항원을 제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사 항원도 효과적으로 제거해 심장 조직 판막의 내구성을 개선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탈세포화 방식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해 향후 심장판막이식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
임홍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종조직판막 이식에서 발생하는 면역 거부 반응을 크게 줄일 탈세포화 기술과 PNGase-F 처리를 결합해 이종 항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제시한 것”이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이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