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 관세, 일단 40%…중국 경기침체 가속 불가피”

2024년 11월 21일 오후 3:19

로이터, 경제학자들 설문조사…관세 40%만 부과해도 中 성장률 1% ↓
중국 경제, 트럼프 1기 때보다 약해지고 부양책도 거의 효과 없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초 중국산 제품에 38%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중국이 과거 미중 무역전쟁 때처럼 대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전망치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대중 관세율을 평균 38%로 예측했다. 다수 경제학자들은 한 번에 60%를 부과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로이터 조사는 11월 13~20일 사이 50명 이상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처음으로 중국 경제와 관련해 이뤄진 조사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봤다. 그때에 비해 경제가 허약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 위험이 더 커졌고, 가계 빚도 증가했다. 실업률은 악화됐고 부동산 경제 침체가 금융 위기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번졌다.

중국은 줄어들 수출을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으로 상쇄해야 하지만, 경기 부양책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 응한 경제학자 23명 중 19명은 최근 중국이 내놓은 재정정책, 통화정책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4명만이 효과가 있다고 봤다.

싱가포르 DBS 은행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지모는 “중국은 여전히 수출이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수출 주도 경제를 내수 주도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새 관세를 도입하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 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트럼프가 말한 60%까지 올라가면 중국 경제에는 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대중 관세가 60%로 오르면 미중 무역량이 70% 감소하고, 미국산 수입품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4%(2023년)에서 4%로 급감하리라 예상했다. 스위스 UBS는 60% 관세 부과 1년 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에 대비해 중국 반도체 사업 전략을 재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로이터 조사에 응한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전망도 하향했다. 2025년과 2026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를 지난 10월 내놨던 1.4%, 1.6%에서 각각 1.1%, 1.4%로 낮췄다.

트럼프 1.0 시대 때 사용했던 전략, 이번엔 못 쓴다

중국은 지난 트럼프 집권 1기 때 무역 전쟁이 발발하자 동남아시아, 멕시코, 러시아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며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했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할 주요 생산기지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연합(EU), 인도, 브라질 등 중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으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고자 무역 장벽을 높이고 반덤핑 조사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브라질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MDIC)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를 9.6%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3년 브라질에 태양광 모듈을 47억8천만 달러(약 6조7천억원)를 수출해 시장 점유율 12%를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도 1기 때보다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페루에서는 창카이항이 개항했다. 중국 자본 수조 원이 들어간 창카이항 개항 축하행사에는 마침 이날 페루 리마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페루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시진핑은 창카이항 개발산업에 대해 “중국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성공적 시작”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맺은 결실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이 항구가 페루와 중국 간 무역통상의 주요 창구로 중국-페루간 해상운송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남미 특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인수팀에도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페루 창카이항을 거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중국산과 동일하게 6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중국이 페루 창카이항을 통해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하고 대량의 중국산을 미국에 우회 수출할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이용한 관세 인상분 상쇄도 어려워

중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대중 관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에 의존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7.5~25% 관세를 부과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9년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10% 하락했는데 이는 관세율이 실제로는 2.4% 오른 것과 다름 없도록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중국이 이번에도 위안화 평가 절하로 관세 인상을 상쇄하려면 달러 대비 가치를 18%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자본이 대량 유출돼 이미 자본 유출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

WSJ은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극복하려면 경제를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내수 25%를 차지했던 부동산이 침체하고 가계는 소득 증가율 둔화로 소비를 줄이는 등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중국 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급속도로 증가, 확산하는 것도 경제 전환을 위해 국민적 통합이 절실한 중국 정권으로서는 위협 요소다.

최근 중국 주요 도시에서 잇따른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살인 사건은 그동안 축적된 경제적 어려움과 공산당 정권 치하 강압적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5년 연구 보고서와 세계은행 2016년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일자리 2백만~3백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관세가 실행되면 중국의 산업 구조와 고용 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