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에 쇼핑 면세한도 폐지 추진

남창희
2024년 11월 21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4년 11월 21일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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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일본이 수요 확대에 나선다. 일본 관광청은 내년 세금제도를 개정해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품 쇼핑 한도 상한액을 폐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일본 관광산업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80만 명으로 과거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상반기 1663만 명을 100만 명 이상(6.9%) 웃돌았다.

하반기 관광객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8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0% 증가한 293만 명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인 3200만 명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이 자국에서 가져가 소비할 목적으로 일본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소비세(10%)를 면세해주는데, 지난 2014년 소비세법을 개정해 면세 범위를 기존 가전제품, 의류, 장식품에 식품, 음료, 의약품, 화장품 등 소모품을 추가했다.

또한 면세 혜택 제공 요건도 ‘동일 매장에서 1만 엔 이상 구매(약 9만원)’에서 ‘5천 엔(4만5천원) 이상 50만 엔(약 45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수요를 확대하며 팬데믹 이전까지 폭발적인 경제적 효과를 누려왔다.

그런데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매하는 소모품도 사케 등 고가 주류와 고급 미용 제품 등으로 가격대가 높아졌다. 이에 면세 한도를 높이면 추가적인 매출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본 관광청의 분석이다.

일본의 모든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소비세 면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 내 이 소비세 면세 프로그램에 가입한 매장 수는 5만 9485개로 일본 관광청은 집계했다.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해 5.1%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주로 구매하는 품목은 화장품, 의약품, 의류, 액세서리 등이며 낮은 환율을 노린 사치품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백화점의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해 718억7000만 엔(약 648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광진흥공사에 해당하는 일본정부관광국(JNTO)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나누면 한국이 444만 명(25%)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307만명), 대만(298만명), 미국(134만명), 홍콩(128만명) 순이었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도 뒤를 이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출 중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26.5%로 미국(18%)보다 높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소비 지출 중 쇼핑은 28.9%였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소비(영화, 공연 등 문화상품 소비)는 4.7%에 그쳤다.

쇼핑을 하러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는 통계에 따라, 일본 정부 역시 2019년 15만9천 엔(약 143만원)이었던 1인당 관광 지출액을 20만 엔(약 180만원)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편, 면세 제도를 악용해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산 물품을 일본 국내에서 되파는 ‘꼼수’도 증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관광객에게 물품 구매 시 일단 소비세를 내도록 하고 출국 때 구매한 상품을 보여주면 세금을 환급해주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반가운 일이지만, 경제가 관광 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전염병 확산 등 관광 산업에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리스크도 커진다. 일본 정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율을 줄이고 서방 관광객 비율을 높이려 시도하고 있다.

주요 인기 관광지에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는 과잉 관광으로 호텔 가격이 상승하고 부적절한 관광 행위로 현지 주민들의 삶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도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