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다 강한 펜의 힘…‘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 발간 20주년

남창희
2024년 11월 20일 오후 4:17 업데이트: 2024년 11월 20일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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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포크타임스의 사설을 엮은 책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이 올해 11월, 발간 20주년을 맞았다. 한국인 혹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시종일관 등장하는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책에 담겨 있는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면 비극적인 중국의 현대사를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진정한 위력은 공산주의 사회를 수십 년간 직접 겪은 중국인들에게 전달됐을 때 드러난다.

미국은 2000년대 초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최혜국 대우를 제공함으로써 부강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되면 중국의 사회주의(공산주의로 진행하기 위한 전 단계)를 약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 공산당은 자본의 힘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더욱 강화하며, 자국 내에 머물던 위협을 국제사회로 뻗어내기 시작했다. 오늘날 공산주의 중국의 팽창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흔드는 최대 위험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이 차례로 붕괴하는 가운데 살아남아 아직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공산당을 이론과 이념의 측면에서 연구한 서적은 많지만,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저자가 공산주의 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체험하고 목격한 사건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본질에 접근한다.

그렇기에 매우 처절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책상 앞에 앉아 남의 나라 일을 논하듯 하는 차분한 어조를 포기한다. 그 대신 동시대를 헤쳐 나온 중국인들에게 매우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중국에는 금서가 많지만,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그 중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가장 금기시하는 책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2005년 1월 24일, 중국공산당 공안부는 ‘1·24 특별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의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공안국에서는 비슷한 문건을 작성해 하위 기관에 통지했다.

톈진시 공안국이 이 조치와 관련해 통지한 문건에는 “지역 내 모든 조직은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을 배포하거나 선전하는 사건에 대해 신속히 처리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이 통지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의 인쇄나 유포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면 즉시 시 공안국에 보고하고 관련자를 끝까지 색출하라고 했다. 정해진 기한 없이 매주 금요일 자정까지 관련 주간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즉, 중국 내부에 절대 퍼지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조치다.


중국인, 욕하면서도 공산당에 예속…실체 알고 난 후엔 탈퇴

흔히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욕하는 건 괜찮지만 외국 사람이 욕하면 민족 감정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대외적으로 중국,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듯 보이지만 모이면 서로 정권 욕을 한다. 하지만 자국 정부를 욕하는 마음 이면에는 ‘잘됐으면’ 하는 희망 섞인 불만이 감춰져 있다.

그러나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을 읽은 중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들은 진심에서부터 중국 공산당과 연을 끊기를 원하게 된다. 이를 두고 한 중국계 지식인은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핵폭발과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고 평했다.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중국어로 작성됐지만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33개 언어로 번역됐다. 2005년 8월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언론인 협회(AAJA)’로부터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정확한 보도를 인정받아 그해 최우수 온라인 보도상을 수상했다.

중국인들의 반응이 그처럼 강렬한 것은 그동안 알았던 세계관을 한 번에 뒤흔들기 때문이다. 마치 북한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조선중앙통신 보도만 보던 탈북자가 해외에 나와 국제사회와 한국의 실제 모습을 목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에 밀려 수시로 말살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도 대민 선전에 사활을 걸었다. 집권 후에는 반복적으로 ‘위대하고 정확하며 광명하다’고 세뇌에 가깝도록 선전했다. 일부 착오가 발생하면 그것은 한 관리, 작은 부서의 문제일 뿐 중국 공산당은 지금까지 한 번의 오류도 없었다고 선전한다. 이것이 그들 선전의 철칙이다.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철저히 분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크게 9편의 논평으로 구성됐다.

공산당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창립 과정, 폭정, 반(反)자연적 성질, 파룬궁 박해에서 드러난 흉포성, 중국 전통문화 파괴, 대량의 인명 살상, 사악한 사이비교(邪敎)적 특성을 다룬다. 마지막에는 국가 정권의 형태를 띤 깡패 집단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중국 공산당이 감춰온 역사적 사건들을 방대한 문헌 연구를 통해 하나하나 들춰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천 년 역사의 전통 중국과 다른, 100여 년 역사의 외래 세력이라는 것을 실증한다.

오랜 세뇌와 선전에 젖어온 중국인들은 중국 공산당을 욕하면서도 ‘중국 공산당 = 중국’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남들이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고 욕하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며 변명하고 나선다.

거리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던 깡패가 자신의 부모를 내쫓고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는데도 오히려 그를 부모로 모시고 사실을 알려주는 이웃과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 중국인들은 그제야 ‘중국 공산당 ≠ 중국’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자신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이 발표된 이후 중국인들의 자발적인 중국 공산당 탈퇴 움직임이 촉발된 이유다.


긍정적 변화로 촉발된 내부에서의 균열

에포크타임스가 후원하는 ‘글로벌 중국 공산당 탈당 센터’의 웹사이트에는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에 대한 중국인들의 독후감이 수천 편 실려 있다.

한 중국인은 “중국 공산당은 소련 공산당의 지휘를 받아 설립됐다. 현재 중국인들은 마르크스-레닌을 조상처럼 떠받들고 있는데, 전통 문물과 보편적 가치, 인류 문명 파괴에 휘말려 들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들에게 번영과 자유를 약속했지만 1949년 집권 이후 지킨 약속이 뭐가 있느냐”며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박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은 역사상 그 어떤 독재 정권보다 잔인하고 강압적이다”라며 “경제 성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부유하고 넉넉해진 인구가 전체 중에서 얼마나 되나. 대다수 중국인은 여전히 생계에 쫓기고 있으며 돈 되는 분야라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 일가와 간부들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중국의 한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인물은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충격이었다. 공산당이 주창하는 ‘유물주의(만물의 근원은 물질)’가 일종의 종양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물주의가 극단으로 가다 보니 다들 물질만능주의에 빠졌다. 돈과 이익, 쾌락을 위해서라면 나쁜 짓과 범죄, 남을 해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흐르면서 먹거리 안전 문제부터 온갖 사기범죄가 판을 친다. 공산당 이념 외에는 어떠한 가치관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을 읽고 학교에서는 교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세뇌를 행하고, 역사는 공산당의 집권을 합리화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언론에서는 외국은 모두가 중국을 적대한다는 보도뿐인데, 알고 보니 외부 세계에 대한 증오를 심어 공산당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소감도 있었다.


미래를 향한 한 걸음…4억명의 거대한 물결

글로벌 중국 공산당 탈당 센터는 탈퇴 절차가 복잡하고 자칫 정권의 적으로 몰릴 위험성을 덜어주기 위해 전 세계 중국인들을 상대로 중국 공산당과 그 산하 조직(공산주의청년단, 소년선봉대) 탈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조직을 직접 탈퇴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독립적인 공식 창구를 마련해 이곳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중국 공산당을 탈퇴했다는 증거로 삼는 것이다. 이 센터는 비영리 민간조직이지만, 미국 이민 당국에서도 중국 공산당 탈퇴를 확인하는 증빙으로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이 센터에 접수된 탈퇴 신청 건수, 즉 중국 공산당 탈퇴자 수는 2024년 11월 20일 오전 기준 4억3895만 명이다. 탈퇴는 중국 공산당이 찍은 ‘짐승의 낙인(공산당의 요구와 강요에 의해 인성을 포기하겠다는 맹세)’을 지우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선언이다.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중국 공산당이 없으면 새로운 중국이 있을 수 있고, 중국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에 희망이 있을 것이며, 중국 공산당이 없으면 정의로운 중국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기만적 정권 아래에서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중국 대륙에 정의로운 국가가 들어선다면, 수많은 사람이 진실과 선량을 향해 돌아선다면 이는 그 자체로 인류 사회에 적잖은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다.

탈당 센터 웹사이트에는 이러한 각오를 담은 성명도 여러 편 찾아볼 수 있다.

허베이 주민 스(石)모씨는 “그동안 공산당이 부패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을 읽고 나서는 그것을 매우 절박하게 알게 됐다”며 “더는 그것(공산당)에 희망을 품지 않게 됐다”고 했다.

스씨는 “공산당은 걸핏하면 화합, 안정, 법치, 정의를 외치는데 차라리 지옥의 귀신을 믿으면 믿었지 더는 공산당의 말은 안 믿으련다”고 했다.

길림성 주민 한(韓)모씨는 지역 이웃 78명과 공동 성명을 센터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9평'(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을 읽고 나서야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지난 세월 무지몽매했다. 이제라도 진실을 알았으니 나는 선언하겠다. 이 사악한 당을 탈퇴하고 밝은 미래를 선택하겠다.”

탈퇴 성명에는 공산당 간부라고 소개한 이들도 있었다. 공산당 간부 사관학교인 당교 소속 공산당원 25명이라고 밝힌 이들은 “우리 중에는 청년, 중년, 노년 당원과 혁명에 참여했던 이들도 있다. 일반 직원과 간부, 처장급, 국장급도 있다. 모두 탈당에 동의했다. 사악한 공산당과의 관계를 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중국공산당 탈당 센터 대표이자 그 자신이 공산당을 탈퇴한 중국계 미국인 이룽(易蓉)은 “탈당 선언은 중국 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더는 마르크스-레닌의 후손이 아니라 ‘염황의 자손(전통적인 중국 문명의 후예)’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중국인 밀집 지역인 플러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4억 명 이상이 공산당과 산하 조직 탈퇴를 선언했다. 어떤 조직이든 그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활동에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고, 비록 여러 원인으로 직접 조직을 떠나진 못하더라도 마음만이라도 벗어난다면 그 조직이 버틸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이는 중국 공산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 기자 뤄야는 “중국 공산당의 파국이 머지않았다는 것은 경제적 측면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서방에서는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 공산당의 과잉생산 및 덤핑에 대한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뤄야는 “중국 공산당은 서방 국가들의 중국과 디커플링을 막으려 하지만, 이 추세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거세게 흐르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당시 실행했던 극단적인 방역 정책의 후유증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대거 도산하면서 경제 활력은 사라졌고 동산 위기가 찾아오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주식시장마저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바로 대중의 분노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 최소 수백만 명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2022년 10월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끌려 나가듯 퇴장을 당했다. 이 사건은 중국과 전 세계에 중국 내부의 권력 다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공산당이 내부 갈등을 공식 석상에서 드러내는 것은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단합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장관 리상푸의 실종과 해임, 로켓군 수뇌부의 대거 교체 및 군 고위 장성 숙청 등 시진핑 정권 이후 군사 분야에서도 이례적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시진핑의 권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