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형사 기소로 압박하던 미국 뉴욕 검찰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19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의 회계 장부 조작 지시 사건’의 재판을 중단하고 형량 선고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담당 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맨해튼 지검 최초의 흑인 지검장이자 민주당 소속인 앨빈 브래그 지검장과 휘하 검사들은 이러한 내용의 의견서를 1심 재판부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냈다. 담당 판사는 후안 머천 판사다.
다만, 의견서에서는 유죄 평결이 파기돼서는 안 된다며 유지를 주장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재판 패배가 짙어지자 유죄 평결을 유지하기 위해 재판 연기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재판의 초점은 회계 장부 조작 혐의다. 혐의를 밝힌 법원 문서에는 성추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으며 트럼프에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들도 ‘입막음 돈(hush money)’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성추문 자체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는 이렇다. 2016년 대선 직전, 당시 트럼프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은 성 스캔들 주장을 막기 위해 성인물 여배우 스토니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 8천만원)를 지급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한 장부 조작 혐의가 34건이라고 기소했고, 배심원단은 모두 유죄 평결했다. 혐의가 34건이나 된 것은 트럼프의 회사 측이 코헨 변호사에게 돈을 한꺼번에 준 것이 아니라 매월 일정액씩 지급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매월 약 3건의 회계 기록이 이뤄졌는데, 검찰은 이 비용이 입막음 돈 변제금이라고 주장했고 트럼프 측은 정상적인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배심원단은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맨해튼 지검, 12일 유죄 평결 유지 여부 결정 때도 연기 요청
맨해튼 지검은 이번 요청을 통해 법원에 26일로 예정됐던 형량 선고를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이후로 늦춰 달라고 했다. 핵심은 유죄 평결 유지다.
재판부는 이미 중요한 판단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맨해튼 지검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
머천 판사는 당초 지난 12일 트럼프의 유죄 평결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기로 했었다.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재판을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브래그 지검장은 일요일이었던 10일 밤늦게 담당 머천 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판단을 미뤄달라고 했다. 그는 “대선 결과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죄 평결이 무효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머천 판사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판단을 보류했다. 일정상 형량 선고 예정일(26일)을 고려하면 머천 판사의 유죄 평결 유지 판단은 이번 주에 내려져야 했다.
그런데 검찰이 형량 선고마저 연기를 요청하면서 결국 유죄 평결 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트럼프 임기 이후로 미뤄졌다. 트럼프 측이 퇴임 후 항소할 경우 재판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된 4건의 형사 기소 사건 중 하나다.
나머지 3건은 각각 조지아와 플로리다, 워싱턴DC에서 진행됐지만 종결되거나 무기한 연기,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