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애벗 주지사 성명서 “중국 공산당 요원 체포” 명시
“주민의 안전 보호는 최우선 과제,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

미국 텍사스 주지사가 중국 공산당의 괴롭힘과 강압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각) 텍사스 공공안전부(DPS)에 텍사스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여우 사냥’ 작전과 영향력 공작을 수행하는 모든 중국 대리인과 요원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여우 사냥은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리를 잡아들이려는 중국의 송환 작전을 가리킨다. 하지만, 해외 도피 관리뿐만 아니라 현지 영주권을 취득한 민주화 활동가,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고 괴롭히는 행위도 포함된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공산당은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괴롭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텍사스는 중국 공산당이나 그 사악한 대리인들이 텍사스에 합법적으로 정착한 25만 명 이상의 중국계 시민들을 괴롭히거나 압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벗 주지사는 중국(China)과 중국 공산당(CCP, Chinese Communist Party)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텍사스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을 ‘중국 공산당’, 그들이 괴롭히는 대상이 중국계 미국인이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텍사스 사람들의 안전과 안녕,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라며 “적대적인 외국의 적(중국 공산당)을 대리해 텍사스 주민들을 괴롭히는 자들을 식별하고 기소하도록 텍사스 공공 안전부에 지시하겠다”고 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불법 탄압으로부터 텍사스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실행하고 유지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보도자료에는 상세한 실행 계획도 담겼다.

텍사스 공공안전부에 중국 공산당을 대리해 억압 행위를 공모, 계획, 실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을 식별하고 이를 문서로 기록하며, 내년 1월 15일까지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 제안하도록 했다.

또한 전담 신고 전화를 개설하고 기존 범죄 신고 체계를 업데이트해 중화인민공화국이나 중국 공산당의 대리인이 텍사스 주민을 괴롭히거나 강압하는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자는 철저하게 익명이 보호된다.

미국은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 희망지이며, 많은 중국인이 거주하며 인권 보호 활동, 민주화 활동의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공안이나 정보기관 요원을 파견하거나 현지 중국계 이민자를 포섭, 정보 수집이나 행동 요원으로 부역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0월 28일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공산당의 미국 내 여우 사냥 작전에 참여한 8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기소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날 뉴욕주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8명에 대해 외국 정부 대리인으로 불법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 중 6명은 국제 형사 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정부 관리들의 지시를 받아 이들의 통제하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감시, 괴롭힘, 추적, 강압 활동을 했으며 중국 귀국을 강요했다.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공산당 당국이 해외에 몰래 설치한 ‘비밀 경찰서’의 존재를 처음으로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산하 지방정부 공안당국은 세계 53개국에 102개 비밀 경찰서를 설치·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비밀 경찰서는 여행사, 중국인 향우회, 음식점 등으로 위장해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 텍사스에서도 휴스턴에 비밀 경찰서 1곳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에서도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폭로 이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한국 내 중국인의 중국 송환 업무를 처리하는 등 사실상 비밀경찰서 역할을 했다는 한국 방첩당국의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현행법상 외국인 간첩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비해, 동방명주 업주는 간첩죄가 아닌 식품위생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돈세탁) 등으로 기소됐다.

국회에서는 외국이나 그 대리인, 단체의 간첩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간첩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는 등 관련법 개정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