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중 홍콩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중국 측은 현장에서 취재진을 내쫓으며 자국에서의 강압적 행태를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중 “우리 외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과 최근 만나 인권과 의회 제재, 타이완, 남중국해, 홍콩에서의 공동의 이익 등 각각의 관심사를 논의한 것이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의회 제재’란 영국 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의 자국민 인권 탄압을 비판하자, 중국 공산당이 이들에게 부과한 제재를 가리킨다. 보수당 팀 로튼을 포함한 영국 의원 7명은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침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2021년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스타머 총리는 또한 시진핑 주석에게 “지미 라이(홍콩 빈과일보 사주)의 옥중 건강이 악화됐다는 보도에 영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미 라이는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20년부터 수감돼 옥고를 치르고 있다. 올해 76세인 그는 영국 시민권자다. 영국에서는 영국 시민권자이자 홍콩의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운 지미 라이를 영국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스타머 총리는 시진핑 주석에게 “영국은 안정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며, (외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국의 이익과 가치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법치주의 원칙을 확고히 준수하고 수호한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가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중국 공산당 당국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영국 기자들을 회담장에서 나가도록 했다. 블룸버그 TV의 영상을 보면, 스타머가 발언하는 사이 기자들은 중국 당국자들에 의해 방해를 받았고 회담장 밖으로 퇴장당했다.
이번 양자 회담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였다. 중국은 영국의 주요 교역국이며,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는) 홍콩과 인권 등 (중국과) 견해가 다른 분야에서도 솔직하게 대화를 하려 했다”는 게 회담 후 영국 총리실이 발표한 성명에 담긴 설명이다.
영국 정부가 홍콩을 비롯해 중국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현재 홍콩에서 지미 라이와 민주 인사들을 상대로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 홍콩 법원은 홍콩 민주화 단체 ’47’에 대해 형을 선고할 예정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번 재판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피고인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단체 ’47’은 홍콩의 민주화 인사, 지역사회 지도자 등 47명이 모인 조직이다. 지난 2020년 7월 홍콩 입법회(국회 격) 선거에 출마할 민주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비공식 예비선거에 참여했다가 중국 공산당 당국으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중 45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피고인 대부분은 당국에 의해 지금까지 3년 반 이상 구금됐다. 홍콩 국가안전법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최소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지미 라이는 홍콩 최대 일간지 ‘빈과일보(애플데일리)’를 발행하는 미디어그룹 넥스트미디어의 창립자 겸 사주다. 그는 ‘외세와 결탁’, ‘국가 분열 책동’ 등 3건의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오는 20일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다.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들은 지미 라이를 ‘반중 인사’라고 흑색선전하고 있으나 그는 공산당의 독재를 비판해 왔으며 홍콩이 건전하고 자유로운 지역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는 점에서 ‘홍콩을 사랑한 반공 인사’에 가깝다.
스타머 총리와 데이비즈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지미 라이의 석방은 영국 정부의 우선순위라는 입장이다.